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웅식 Sep 09.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5)

잔 다르크, 프랑스를 구하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고 그 부름에 응답했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검에 프랑스의 운명이 달려 있었고 그녀는 신의 음성에 따라 검을 들었고 적을 물리쳤다. 그녀는 왕을 살렸고 나라를 구했으며 남자보다 더 잘 싸우는 위대한 용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종교재판을 받아야 했으며 결국 마녀로 낙인찍혔고 처형되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인물을 물어봤다. 아이들은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이순신 등으로 대답했다. 나는 애들이 말하는 인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검을 뽑은 채 말을 타고 달리는 그녀, 잔 다르크에게 반해 있었기 때문이다. ‘잔 다르크’라는 영화를 엄마와 동생과 본 후였다. 영화관에서 잔 다르크가 스크린을 뛰쳐나와 나에게 다가와서 나는 일어설 수 없었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 내 볼을 쓰다듬었다. 나는 대한민국을 구하라는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잔 다르크처럼 적을 향하여 돌진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내가 바깥으로 싸돌아다니자 엄마와 아빠는 하루에 한 시간을 산책시간으로 정해 바깥출입을 허락했다. 엄마가 검지를 올리며 한 시간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손목시계의 분침이 한 바퀴 돌아 원래 위치로 오게 될 때, 나는 식당으로 돌아오면 되었다. 나는 시간 개념을 정확히 안다. 물론 ‘안다’와 ‘약속을 지킨다’라는 것은 다른 문제긴 하다.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의 입구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신의 목소리를 들은 성모 마리아. 성스러운 엄마, 마리아.

 마리아가 마녀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예수라는 아이가 마리아의 뱃속에 있었을 때 마리아를 손으로 가리키며 마녀로 부른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남자와 자지도 않았는데 아이를 뱄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리아를 마녀로 여기고 분명 마리아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마리아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썼다면 마리아는 애를 지웠을 것이다. 마리아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성당도 생겼고, 그 덕분에 내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는 장소도 생긴 것이다. 나는 성당이 좋다.

 나는 마리아보다는 잔 다르크를 더 좋아했다. 성모 마리아처럼 둥실한 가슴을 나는 가지지 못했고 젖가슴에서 젖이 나오지도 않았다. 애를 밴다면 마리아처럼 되고 싶겠지만 애를 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잔 다르크가 좋다. 나에겐 잔 다르크가 갖고 있던 검과 비슷한 무기, 주머니칼이 있다. 잔 다르크는 말을 타고 검을 휘둘렀고 나는 바람을 타고 주머니칼을 휘둘렀다. 작은 가슴을 소유해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잔 다르크처럼 나도 밋밋한 가슴을 가져서 빠르게 공격할 수 있다. 거추장스런 큰 가슴을 갖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 큰 언니들의 가슴을 가지기 전까지 나는 마녀를 생포할 것이다. 사람들이 마녀를 보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마녀로 부르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