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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Sep 09.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6)

 바람이 부는 방향이 달라졌다. 쏜살같이 달리는 바람 소리를 듣다보면 신의 숨결이 느껴졌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여보았다. 바람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바람이 어디에서 흘러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느껴보았다. 바람을 부릴 수만 있다면 마녀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바람이 마녀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면 좋을 텐데.

 나는 계단으로 내려가 성당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실문을 두 손으로 밀자 삐거덕하며 문이 열렸다. 성당 지하실에는 큰 항아리 여남은 개가 있다. 나는 가장 큰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 굽어보았다. 잘 보이지 않아서 손을 집어넣고 휘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뚜껑을 닫은 다음 항아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마녀가 몸을 차지해버렸던 한 언니가 있었다. 언니의 몸을 마녀가 완전히 장악해서 언니의 영혼과 몸을 분리시켰다. 그녀의 눈은 초점이 풀렸고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고 침이 입 주위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짐승처럼 기어가다가 고개를 들고는 사람들을 쏘아보기도 했다. 무당이 굿판을 벌였는데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무당과 대화를 했다. 무당은 자기보다 더 높은 신이 그녀의 몸에 있다고 부르짖곤 벌벌 떨었다. 

 마을 사람들이 언니를 붙잡아 성당으로 데려갔다. 신부가 언니의 몸에 성수를 뿌리고 손에 쥔 십자가를 들어올린 채 기도를 했다. 그녀는 발작을 하며 게거품을 물었다. 언니의 눈은 본래의 빛깔로 돌아왔지만 목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언니의 입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할머니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간혹 흰자위를 드러낸 채 나를 내버려두라고 외치며 신부의 뺨에 손을 날리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팔과 다리를 붙잡은 채 성스러운 의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부는 큰 항아리에 성수를 반 정도 채운 다음 그녀를 항아리에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 그녀가 항아리 속에 들어가자 항아리를 에워싼 사람들은 신부를 따라 한참동안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했다. 사악한 마녀는 신기하게도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초췌한 언니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배가 고파요." 


 대성당으로 들어가서 긴의자에 앉았다. 두 눈을 감아 신이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 보았다. 바람을 타고 오는 소리들 중에, 신의 목소리만 들을 수만 있다면 잔 다르크가 들었던 그 소리를 나도 듣게 될 것이다.

 “침묵하지 말고 분명하게 말씀해보세요.”

 어떤 소리가 들려온 것같아서 귀를 기울여봤지만 사방이 고요했다.

 신에게 건방지게 대화를 강요한 것일까?

 눈을 뜨고는 어떤 여자가 기도를 올리고 있는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까?

 신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신비한 빛줄기가 내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기는 하다. 그 신비한 빛줄기를 좇다보면 신에게 점점 가까워질 것이고, 신의 힘을 빌려 마녀를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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