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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Sep 09.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7)

 고양이가 아스팔트에 납작하게 깔려 있다. 내장은 바깥으로 튀어나와 훤히 드러나고 목은 금방이라도 몸에서 떨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고양이의 눈이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양이의 몸에 축축한 피가 묻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목숨이 끊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양이의 몸에서 정체 모를 어떤 영혼이 툭 튀어나왔다. 영혼은 스멀스멀 기어가는 벌레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먹이를 포착한 듯 움직임이 빨라지더니 뒤축이 높은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영혼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마녀다. 마녀가 그녀의 몸을 완전히 차지하면 그녀의 혼은 그녀의 몸과 분리될 것이다. 


 나는 마녀를 뒤쫓았다. 길은 평평해지다가 오르막길이 되었는데 마녀는 나와 달리 똑같은 보폭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마녀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다리를 빨리 움직여보지만 다리는 내 생각을 따라오지 못했다. 마녀가 뒤를 힐끗거리다가 멈춰서더니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마녀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그녀와 내 사이는 점점 멀어져갔다. 있는 힘을 다하여 다리에 힘을 주고 점점 가팔라지는 길을 뛰었다. 바람이 내 등을 밀어준다면 그녀에게 순식간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양팔을 앞뒤로 번갈아 빨리 흔들었다. 휘청 무릎이 꺾여 균형을 놓쳤고 다리가 꼬여 넘어지면서 딱딱한 시멘트로 곤두박질쳤다. 반사적으로 손을 바닥에 대었고 손이 바닥에 긁혀 욱신거렸다. 마녀가 왼쪽 골목길로 꺾어 들어가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일어나 마녀를 쫓아야 해. 마녀를 쫓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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