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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Sep 09.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8)

고약한 기운이 내 등뒤에서 훅 밀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주시하는 두 눈동자와 마주쳤다. 어둠이 깔려 있는 골목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숨쉬기도 힘들만큼 나를 압박했다.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노려보는 두 눈을 보니 몸이 오슬오슬 떨렸다. 마녀가 내 등뒤에서 나를 노렸던 것이다. 남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이닥치자 마녀는 침을 탁 뱉으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의 귀에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훈훈한 입김이 느껴졌다.

 “괜찮아?”

 “우.” 

 몇 명의 남자애들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담장에 기댔다.

 “걔. 맛나 식당 딸이야.”

 “알아들을 수 있어?”

 “알아듣는 것 같던데.”

 “손에서 피나잖아.”

 안경을 쓴 남자애가 손수건을 꺼내 내 손을 감았다.

 “내가 집 아는데, 데려가야겠다.”

 나는 남자애의 손에 이끌려 우리 식당으로 걸어갔다. 남자애가 자기 어깨에 내 손을 올려놓고 내 옆구리에 손을 갖다대었다. 방망이질치는 내 심장에 신경이 쏠렸다. 나는 남자애의 손을 잡고 내 밋밋한 가슴에 올려놓았다. 남자애는 화들짝 놀라 내 허리를 감은 손을 풀고는 잠시 서서 나를 쳐다보았다. 내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는 거냐는 말을, 말이 되지 않은 말을 입속에서 우물거렸다. 남자애는 나를 우리 식당으로 데려왔고 나는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남자애의 볼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남자애의 볼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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