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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Sep 09.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4)

우리 맛나 식당 맞은편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 약을 파는 가게가 문을 닫았는데 거기에 고기를 파는 가게가 들어선 것이다. 나는 식당 창으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늘씬한 두 언니가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댔고 언니들 옆으로는 허수아비 막대풍선이 펄럭였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언니들은 잘록한 허리를 다 드러내고 있었다. 맨 허벅지를 치켜들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업기념 이십 퍼센트 할인! 오늘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황금돼지 축산백화점을 이용해 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언니들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다음 머리 위로 올렸다. 사랑한다는 신호를 나에게, 언니들을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가 곁눈질을 하며 언니들을 위 아래로 훑어보다가 정육점으로 들어갔다. 신사는 뭐라고 말하며 하얀 가운을 입은 가게 주인에게 돈을 건넸다. 가게 주인이 잘게 썬 고기를 저울에 올려놓곤 무게를 확인한 후, 비닐봉지에 쓸어담았다. 신사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정육점을 빠져나오면서 두 여자의 가슴을 힐끔거렸다. 나의 가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언니들의 가슴은 크다. 

 저런 게 남자 아이들이 말하는 빵빵하다는 것일까? 큰 것, 빵빵한 것, 빵빵한 것.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큰 가슴을 갖게 되는 걸까? 


 아빠와 엄마의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관장이 은비에게 태권도 가르쳐보라고 하던데.”

 “회비는 어쩌고요?” 

 “회비 반만 내도 괜찮대. 보낼까?”

 “아예, 받지 말지.”

 “사람이 그러면 못써. 김 관장은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미안해서 반이라도 내겠다고 했어.”

 “그렇게 해요. 그런데, 은비가 좋아할까요?”

 “좋아할 거야.”

 정육점 주인이 고깃덩어리를 기계 안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왔다갔다 하면서 말끔히 잘린 고기를 밀어냈다. 그는 잘린 고기를 도마에 올려놓고 칼을 쥐고 힘껏 내리쳤다. 아빠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은비야. 산책할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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