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을 지지하는 전제 행동은 참이어야 한다
<논리는 나의 힘> - 최훈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논리가 존재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논리의 향연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장도 논리적이라 할 수 없다. 주관적 의견을 전제하고 그를 근거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단독으로 적절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논리 입문서로 보아도 좋을 책(아… 이 비논리적 문장을 견딜 수가 없다.)인데 이렇게 한번 읽어서는 논리적 언어를 구사하기 어렵다. 단지 논리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하겠다. 내가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모르고 있을 때보다는 이제 말과 글에 신경을 쓰게 되기를 바란다.
논리적이지 않으면서 자주 쓰는 말의 예로 '그냥'이 있다.
'그냥'이라는 말은 이제 워낙 많이 써서 인터넷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입말로 '걍'이라고 줄여 쓰기까지 한다. 이것은 비논리적이고 무비판적인 사고를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했다는 것은 그렇게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혀 따져 보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만약 여기에 '그냥'이라는 낱말을 빼고 적절한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논리적인 사고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p. 20)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그냥'은 부사다. 없어도 그만인 존재다. 그런데 이 그냥을 전제로 사용하는 문장이 넘쳐난다. 그냥을 그냥 붙임으로써 문장 신뢰도가 떨어진다. 말에서 그냥을 삭제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의 자리에 다른 근거를 대야 하므로 비논리 정도가 덜해질 것이다. 어떤 이유가 있지만 귀찮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냥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더욱 그럴듯하게 말하게 된다. 그냥 없이 말할 수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모든 논증에서 전제가 하는 일은 결론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지하는 정도가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논증은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먼저 어떤 논증에서 전제들이 모두 참인데 그 결론이 반드시 참이라고 한다면 그 논증은 연역 논증이다. 그리고 전제들이 모두 참인데도 그 결론이 참이라는 것이 그럴듯할 뿐 반드시 참인 것은 아니라면 그 논증은 귀납 논증이다. 마지막으로 전제가 결론을 아주 약하게 지지하거나 아예 관련이 없으면 그 논증은 오류 논증이다. (p. 149)
연역은 보편에서 특수한 진술을, 귀납은 사례에서 보편적 진술을 끌어낸다는 문장과는 다른 설명이다.
왜 연역 논증은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반드시 참일까? 그것은 연역 논증의 결론에서 말하고 있는 정보나 내용이 모두 전제들 속에 이미 들어 있거나 적어도 암암리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 연역 논증에서는 전제가 참인데도 결론이 참이 아닌 일이 도대체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귀납 논증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참이라고 생각하는 논증마저도 전제가 참인데 결론이 참이 아닌 일이 있을 수 있다. 귀납 논증의 결론이 참인 것은 그럴듯한 일이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p. 158-159)
책에서 소개한 개념은 부적합한 권위에의 호소,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 거짓 딜레마, 논점 일탈, 대중에의 호소, 감정에의 호소,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무지에의 호소, 전건 긍정식, 후건 부정식, 열거에 의한 귀납, 통계적 귀납, 유비 논증, 인과 논증 등이 있다. 이를 전부 숙지하고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책 339쪽 알고리즘 순서도에 따른 질문을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1. 논증 여부 결정: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가?
2. 언어의 명확화: 논증에 나오는 언어들이 애매하거나 모호하게 쓰인 것은 없는가?
3. 논증의 분석: 전제와 결론은 무엇이고 전제는 어떤 구조로 결론을 지지하는가?
4. 1) 전제의 관련성: 전제들이 결론과 관련성이 있는가?
2) 전제의 수용 가능성: 논증의 전제들이 받아들일 만한가?
3) 근거의 충분성: 전제들이 결론의 충분히 강한 근거가 되는가?
5. 4.의 1)-3)이 해당사항이 없을 경우 자비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는가?
6. 그렇다면 설득력 있는 논증이므로 받아들여라. 자비로운 해석의 여지조차 없다면 오류 논증이므로 거부하라.
책은 7부 25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의 끝에 연습 퀴즈가 실려 있어 배운 개념을 적용해 보기에 좋다. 문제를 참고하느라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반복 학습하지 않는다면 논리적인 텍스트도 곧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내가 말하고 쓰는 언어가 비논리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논리 감수성이 섬세해지길 목표하며 책에서 물러난다.
항상 논리적일 수는 없다. 참이 아닌 전제를 고집하지만 않아도 일상적인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연, 루머, 지레짐작, 착각에서 오는 감정이 일으키는 문제(오해, 험담, 잔소리, 화풀이 등)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검증하지 않고 쏟아내는 말에 민감해진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 애쓰기보다, 대화 시 전제를 정확히 하려 애쓰는 논리적 태도를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오류 논증 이런 거 다 모르겠고 우선 이것부터 적용하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은 결론이다. 결론을 지지하는 전제는 참이어야 한다. 그래야 결론이 참이다. 전제 행동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증명할 수 있다. 내가 사랑의 논증을 철저하게 할 정도로 논리적일 때,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감정도 끌어안는 여유도 함께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