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조각일기

어느 새벽 세 시의 메모장

by 아륜

잠들려는데 코가 매웠다. 코끝이 춥다.


밤이 없었으면 좋겠다. 덩그러니 놓인 밤.


기린 인형을 안고 잔다. 안고 자긴 하지만 안기지는 못한다. 목만 길어서. 목에 매달려봤자 안길 수가 없다. 커다란 곰인형이 있으면 조금 나으려나? 막상 곰인형이 있으면 자리 차지해서 거추장스럽겠지. 아주 큼지막한 [품]이란 게 있으면 좋겠다. 온 세상 온 우주 같은 품. 그런 건 없겠지. 그러니 내가 나에게 품이 되어줘야 한다.


일찍 자야 하는데 자꾸 늦게까지 깨어 있다.


새벽이 싫다. 새벽에 버려질 때마다 느슨한 음악을 듣는다. 푹 자고 싶다.


무지개 위에 앉고 싶다. 그곳은 뜨거울 것 같다. 뾰족하고. 거기서 쉬고 싶다. 색깔이 눈부실 듯하다.


슬픔이 재채기였으면 좋겠다. 에취 몇 번 하고 끝나게. 나에게 슬픔은 딸꾹질이다. 은근히 자주 나고 한 번 나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가 삶은 고통이 널려 있다. 코튼 향이 나는 무지개 이불을 덮고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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