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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륜 Apr 04. 2023

소설은 한 마디로 생고생이에요

<소설가의 일> - 김연수

모두 책속문장.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하는 이야기)

 


이 공식은 이야기에는 생고생이 중요하지, 그래서 결국 없는 것을 손에 넣느냐, 넣지 않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같은 얘기다. 동사가, 말과 표정 및 몸짓과 행동이 소설에서는 중요하다. (p.145)

 


생고생하는 이야기, 즉 소설에서는 오직 하나의 감정이 특출나게 중요하다. 그건 바로 절망(혹은 좌절)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기대가 크게 꺾이는 것. (...) 이런 느낌이나 기분이 소설에서는 너무나 중요하다. 얼마나 중요하냐면 소설 속의 모든 주인공들은 오로지 이런 느낌이나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p.146)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가히 소설가라고 말할 수 있다. (p.147)

 


소설가란 자모를 배열해서 어떤 느낌이나 감정, 더 정확하게는 쾌감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때의 쾌감은 내용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라 자모 배열, 그러니까 텍스트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 은유하자면, 무슨 내용을 담든 아무런 내용도 없든, 텍스트는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처럼 쾌감을 줘야만 한다. (p.190)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일이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하다. (p.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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