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의사에게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진단명을 받았다. 금요일 오후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제 아빠의 혈관은 이뇨제를 물처럼 마셨다. 그러고도 제대로 배출하지 못했다.
하늘이 피처럼 붉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생명을 수혈하려는 듯 발갛게 물든 노을이 지고 있었다.
주치의 면담을 마치고 회사에 어쩌면 다음 주라는 연락을 했다.
건너편 할머니의 코 고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아빠는 주무시지 않았지만 자는 사람처럼 혹은 죽은 사람처럼 말이 없었다. 아빠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다.
나는 눈을 껌벅거리는 아빠 앞에 앉았다. 아빠는 한 글자를 발음하는 데 오래 걸렸다. 문장을 듣기 위해서는 긴 인내가 필요했다. 비어 있는 두 침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빠는 곧 엄마를 만나겠구나. 내가 아빠를 잃는 대신 엄마가 아빠를 얻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가만히 아빠 손을 잡았다. 아직 아빠는 온기를 잃지 않았다.
아빠는 이제 듣기를 제일 잘 하니까 무슨 말을 들려줄까 하다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아빠의 귀가 아직 살아있는 한 아빠는 듣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뭐 부를까, 아빠 우리 어렸을 때 무슨 노래 불렀지?
아빠는 말이 없었다.
나는 아빠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만일이라는 노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