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하지 않을래
우리는 함께 시를 썼지
때로는 한 문장으로
어떤 때는 단 한 단어로
연 끊을 줄 모르고
행은 수없이 늘어났어
그렇게 주고받으며 긴 시를 짓는 동안
그게 시인 줄 몰랐지
돌아보니 시였어 그러다 희곡을 쓰게 됐어
대본 없는 대사들이 쏟아져 나왔어
지시문이 괄호 안에 숨어도 해설이 필요 없었어
우리의 연기는 서로라는 관객에게 통했어
NG를 외치는 감독도 없으니
끝을 모르고 빠져들었어
그땐 희곡인 줄 몰랐지
돌아보니 극적이었어 너를 만나
문학은 잊어버리고
무대에 올라
방영되지 않을 드라마를 찍고
개봉이 무한 연기될 영화를 찍고
단지 행위예술만은 포기한 채
너라는 그림을 감상하다
노래를 위한 노래 같은 노래를 하고 말았어 너와 헤어지고
잠깐의 예술을 마치고
다시 문학으로 돌아왔어
너의 부재를 나의 환상으로 채우며
소설을 썼어
소설도 수필도 아닌 소설을 쓰며
너 대신 문학에게 사랑을 말했어
네가 주었는지 문학이 주었는지 모를
무수한 감정은 그대로 수필이 되어
내 안에서 매일 쓰이고 있어
평론은 하지 않을래
적어도 우리에게 그건 문학이
아니야
문학을 사랑한다 길래
나도 문학을 사랑하는데
문학은 참 좋겠다
잔뜩 사랑받아서
어느 날 갑자기 네가 사라지면
어쩌나 생각해봤어
그래도 괜찮아
우리를 이어준 문학이 살아있으니까
또다시 문학에게 사랑을 주면
문학이 사랑을 전해주지 않을까
문학이 들으면 웃겠다 나는 열심히 문학을 사랑하면
되는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니까
문학을 사랑한다는 말의 뜻은
문학에게 물어보면 돼
질릴 만큼 말해두었으니까
혹 묻지 않아도 돼
어쩔 수 없이 알게 될 거야
문학한다는 거, 사랑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