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숲

2017.9.17.

by 백경


사랑을 잃은 바람이
기억 너머로 떠나간 날

어둠의 화원에선

꽃이 알을 낳았다


아가리 벌어진 숲 속,
산란한 꽃의 영정이 걸리고

아릿한 시 한 줄은

문패 없는 가슴속을 도려내
몸져누운 바람의 제물로 던졌다


신음이 천지를 뒤덮고
검붉은 꽃물이 어둠과 몸을 섞어
꽃이 알을 낳고,
다시 주검으로 떠오른 날


바람은 스스로 목을 매고,
숲은 문을 닫았다.





매거진의 이전글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