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0.
내게로 불어오는 바람엔 벌써 겨울의 한기가 묻어 있다. 두터운 양말을 두 개나 신고 내복도 입고, 있는 대로 옷을 껴입은 채 굴러다니는데도 마냥 춥기만 하다. 여름을 나기엔 더없이 좋은 집인데 가을 문턱부터 시작된 한기를 견디기엔, 이미 오래전 시린 바람에게 터를 앗긴 몸뚱이 탓인지 적잖이 버거운 곳이다. 뜨거운 차 한잔을 마주할 이웃도 만들지 않는 나는 너무 오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난달 거의 십여 년만에 만난 입사 동기들을 보며 문득 상실한 내 열정과 젊은 날이 조금, 아주 조금 그리웠었다. 서른을 넘기면서는 마흔을 생각지 못할 만큼 정신없이 괴로웠고, 현실을 찢고 나가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나와 무진히도 싸웠던 듯싶다. 마흔을 한참 넘긴 지금은 곧이어 닥칠 쉰을 자주 생각한다. 아직도 마음은 스무 살 꽃다운 그때와 같다고 하면 거짓일 테지만 드물게 그럴 때가 있긴 하다.
나도 누군가의 어깨를 내 것 삼아 기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마음뿐이다. 온전히 혼자 아프고 견디는 게 삶이다.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혼자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 내가 조금 지겹다. 쉰이 되었을 땐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스스로 기꺼운 고독이라지만 추위와 그것이 만나면 더없이 혹독하다. 찬바람 불기 시작할 때면 무조건 따뜻하게 무장해야 한다. 오랜 시간 위를 망연히, 정말 속절없이 지나왔다. 그나마 글로써 조금씩 위로받던 심장도 그다지 활기가 없고, 한결같이 지루하고 건조한 내 문장들도 수년 전과 다를 바 없고….
여전히 시적거리며 세월을 건너는 중이나 내 속은 늘 그랬듯 종종거린다.
마음이 당최 글에 실리지 않는다. 세월은 역시 무섭다.
혼자여야 한다는 강박이 아닌, 혼자였던 세월이다. 애써 부정하고 싶었기에 강박으로 떠넘긴 것뿐이었다. 숨 막히게 하는 이 무더위에도 찬바람을 피해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하는 몸도 그대로고, 글에 마음을 싣지 못하는 것도 변함없다. 달라지면 좋겠다는 그 나이를 제법 지나왔는데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시련을 극복해 가고 있는 것이 그 변화라면, 나름으로 인정은 된다. 당장이라도 새로운 운명이 짜인 생을 경험하리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조급한 마음은 든다. 병약해진 몸과 나를 둘러싼 상황이 거기에 일조하고 있다.
2007년에 썼던 조금 긴 글을 들여다봤다. 조악한 품질의 상품을 본 듯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구겨진다. 거슬렸다. 생애 처음 썼던 긴 소설이어서 애착이 남달랐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다시 마주하고 보니 엉성한 얼개와 정제되지 않은 문장들만 눈에 들어온다. 퇴고를 해볼까 하고 첫 장부터 살피는데 이내 두통이 온다. 어쩌면 그 글이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언젠가 이곳에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학이라 브런치를 전보단 자주 들락거린다. 쓰고 싶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냥 멍할 때가 잦다. 그러다 브런치 홈과 나우를 찾아가면 순식간에 많은 글이 쏟아지는 걸 본다. 어떤 글을 취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방대하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듯 일순 두렵고, 어찔하다. 빽빽한 빌딩 숲에서 길을 잃고 정신을 못 차렸던 어느 날과 비슷한 느낌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곳에선 글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도 철문을 열고 들어온 건데, 난데없는 막막함이 숨통을 죄어 온다. 적응의 시간이 꽤 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