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2014.06.25.

by 백경


휘어진 밤,

시간을 잘라먹는 짙은 회색의 그림자가

어둠의 촉수를 뻗어 정적을 더듬는다

신음도 뱉지 않는 상념의 자정이 힘없이 빨려 가고

충혈된 삐딱한 불빛의 동공은 무심히 흔들리고,

오늘이 게워 낸 토사물은

미련한 과거의 좀비에 들러붙어

살벌하게 뜯기고 토막 날 내일들을 쑤석거리다,

공포로 흥건한 새벽 세 시의 스펙터클 안에

당신과 나를 뒤섞는다


도망자의 끝없는 질주가

여명을 기다리는 한숨 속에 갇히고

침묵의 늪으로 가는 길섶,

하루살이의 끊어진 어제들을 장례하고

깊은 몽유병자처럼 서성대다 돌아온다


나른한 손으로 겨우 그러쥔 흐릿한 무의식이

온몸으로 스멀거릴 즈음

멀어져 가는 어둠의 어깨 위에,

아직 살아있는 듯 버둥거리는

오늘의 주검들이 뭉그러진 얼굴을 들며

나를 비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사람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