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9.
창밖 대추나무의 짙은 초록잎들이 어느새 죄다 노랗게 물들었다가 얼마 전 내린 비에 거의가 떨어져 내려 땅 위에 소복이 쌓였다. 바람에 실려 아무렇게나 나뒹군다. 그런 중에도 축 처진 노란 이파리들 몇 개는 간신히 가지에 붙어 거친 바람을 견디며 대롱거린다, 그렇게 버티는 이유라도 있는 양.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안에 숨은 별스러운 나'를 찾기 위해 몸무림쳤지만 결국 그건 내가 만든 아니 만들고 싶었던 허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현실의 열등을 이상 혹은 상상 속에서 찾고자 했던 나의 착각이었다. 내겐 뭔가 있을 거야'는 절대 별것 없다'로 결론이 났고 제아무리 아등대본들 나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절감할 뿐이었다.
오래전 그 긴 시간 동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단지 현실에 순응하는, 고분고분한 자아만이 남아 허덕대고 있음을 지난 서너 해의 세월 동안 통감했다. 다가오는 삶에 저항 없이 복종하는 것, 어쩌면 순종이 아닌 체념이겠지만 받아들이는 것과 포기하며 절망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일 테니 나는 전자에 가깝다고 우기고 싶은 것이다. 가지에 근근이 붙어 흔들리는 잎들이나 하릴없이 떨어져 내려 낙엽으로 나뒹구는 것들이나 그저 변화하는 삶에 충실한 것은 매한가지리라.
기억을 잃은 듯한 계절이 무시로 시린 낯을 들이밀고 무표정으로 나를 휘갈긴다. 통증으로 얼얼한 나를 감싸안는 건 사유 하나 흐르지 않는 저열한 고독뿐. 소란하지 않은 소통이 그리운, 이 계절 속을 단절의 비아냥이 휘젓고 지나간다.
다 끌어안고 가는 건 욕심이었다. 자유롭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선 잃을 준비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