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내게

2008.4.8.

by 백경


어김없이 봄빛은 그윽하고 깊습니다

당신을 보낸 그 해 봄은 빛과 향에 취할 겨를 없이

이내 폭염에 짓눌려 스러지고,

남은 자는 계절의 오고 감도 잊은 채

망연한 세월 속에 젖었을 뿐입니다

때로는 망자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때로는 남은 자의 고달픈 삶이 서러워

한밤을 모로 뒤척이다

향긋한 봄날을

모두 소진하고 맙니다



두 번째 봄이 왔습니다

스무 번째 봄이 온 듯,

두 해의 세월이 깊은 수렁에 빠졌습니다

자꾸 바닥으로만 내려앉는 봄날을

어지간해선 건져내기 어렵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여러 겹의 계절 속에서 조금씩 옅어지겠지만,

내려앉는 세월의 서글픔은 봄빛보다 깊습니다



부단히 벼랑 끝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는 세월에 맞서

오늘, 깊은 봄의 품속이

안온하게 감싸 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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