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고독

2013.7.3.

by 백경


습기를 머금은 뜨거운 계절인데 버석한 낙엽 위를 걷는 듯 건조한 건 늘 나를 따라다니는 그것 때문인지 옛 기억의 상실로 인한 망연함 때문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다. 애써 인정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그것은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과 함께 떠내려간, 뜻하지 않게 상실한 많은 것 중에 딱 한 가지를 건져 올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일면식도 없는 이가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알 수 있는 건 정말 누구의 말처럼 운명이란 게 존재하는가 싶기도 했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이 적막은 나의 단련을 위한 삶의 방식이 된 지 오래다. 군중 속에 있을 때 외려 부자연스러운 나를 발견한다. 단지 그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불면하던 밤, 다시 담담히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 어둠 아래 웅크리고 앉아 봤지만 허사였다. 두루뭉술 형체도 분간할 수 없게 망가진, 쓰기에 대한 욕구는 어지간해선 회복이 불가능해 뵌다. 무엇으로든 풀어헤치고 싶던, 박제되어 영원히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어느 시점의 기억마저도 너무 쉽게 잃어버렸다.


간간이 호흡 곤란이 올 때 응급의 방편이 되었던 글쓰기가 이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숨어 있기에 마침한 혼자만의 장소에 철저한 고독이 배경이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나는 애써 광장으로 걸음을 내딛을 것이며 군중 속 소란스러움을 기껍게 즐길 오감도 열어 놓고 있을 테다. 때로 그곳이 주는 고독도 나쁘진 않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집어 들었다. 눈앞에 성글게 뒤엉킨 검고 가는 실과 매듭이 자꾸 떠다닌다. 피로하다.






나만의 방'을 찾기로 했다.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이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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