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5.21.
봄꽃이 피고 지는지 연두가 초록으로 물드는지 어쩌는지 관심 밖이다. 매양 그랬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시간은 나와 동떨어져 늘 제 맘대로 흘러간다. 웅크렸던 몸을 겨우 일으켜 먼 곳에 눈을 두면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내가 기억하는 세월이 저 너머로 달음질치고 없다.
서 있는 곳은 또다시 낯선 시간 속 어느 지점.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의 물음을 아직도 되뇌고 있는, 혼자인 적이 없으면서 애써 혼자이려고 하는 이 여자는 언제쯤 시간과 한몸이 되어 흘러갈까. 한 달이 넘게 하나에만 집중하며 산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현실의 도피인가 싶다가 내 안으로의 회귀, 라 그럴싸하게 결론지으며 내심 마뜩해한다.
무심결에 습관처럼 안으로 숨는다. 어느 가을날 이후 그런 버릇이 생겼다. 내 삶에 에피소드가 없어진 건 아마 그날 이후일 테다. 은둔의 그림자는 알고 보면 그다지 쓸쓸해 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따스하지도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잘된 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강한 척 하지만 깨지고 부서진 걸 촘촘히 다시 얽어내기엔 스스로 많이 부대낀다. 허우적대는 게 뻔한데 도와 달라 청하지 않으면 내미는 손길은 없다. 그것을 잘 알기에 혼자 버티고 견딘다. 기억나지 않는 시간들을 망연히 흘려보내고 나면 다시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선 나를 본다.
점점 물기가 마르고 딱딱해져 가는 게 조금 서글프지만 어차피 생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선 하릴없는 일 아닌가. 숨어 있는 내 안의 나에게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오늘도 싱겁게 혼자 웃는다. 봄날이 또 간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은둔을 청산하려면 하릴없지만. 알면서도 못 한 아니 안 한 세월이 너무 길어 선뜻 시작하기 어렵다. 나'를 알아가는 일이 외려 더 시급한지도 모르겠다. 봄날이든 가을이든 계절과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과도 무관하게 내 정서는 정말 한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