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2015.4.15.

by 백경


나만은 예외일 거라 생각한, 절대적으로 하기를 주저하고 꺼린 많은 것도 불가항력의 순간이 오면 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사를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것이 그런 연유에서다. 삶은 바람개비처럼 늘 바람 앞에 휘돈다. 바람이 잠자는 날이 그다지 많지 않기에 우리는 일생, 삶의 농간에 흔들거리기 일쑤다. 스마트폰과 절대 친하지 않던 내가 팔 때문에 그것으로 장을 보게 된 것도, 좀처럼 안 보던 티비를 멍 때리며 쳐다본 것도, 모바일로 글을 적는 것도, 병원이라면 질색하던 이가 이렇듯 병실에 하릴없이 묶인 것도, 그토록 긴 불면을 참고 살았는데 수면제를 처방받아 잠을 자려 애쓴 것도, 지금껏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제대로 토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럴 수 있는 탁월함이 내게 없음이 늘 안타깝다.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그와 그녀의 불멸을 꿈꾸며 쓰기 시작한 글을 기어코 마무리짓고서야 눈을 감은 단테의 일화에 울컥해서 가슴이 뜨거웠다. 그 일화를 소개한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에 또 한 번 내 심장이 흔들린다. 깊은 사유와 통찰과 충만한 감성으로 아름답게 수 놓인 글 앞에서 경외와 더불어 숙연함마저 든다. 나는 무엇으로 글을 쓰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없는 나는...



간밤엔 세 번밖에 깨지 않았다. 수면제를 입 속에 털어 넣고 기절하듯 잠들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옆 침상 아주머니의 우렁찬 방귀소리에 화들짝 깼다. 인간이 내는 자연한 소리가 새벽 정적을 갈라놓은 시각은 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멍하게 어지러워 잠시 앉았다 다시 잠을 청해 두 번을 더 깨었다 6시 좀 덜 돼서 완전히 일어났다. 아침을 차릴 것도 아닌데 습관처럼 그 시간에 씻고 이불을 정리한다. 치료와 검사는 강행군이나 왠지 적응만 잘하면 이 생활도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의 타인들은 결국 벽일 뿐 내가 그토록 바라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가. 기껍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견디려 애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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