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늑대

by 백권필




조선시대 22대 정조 때.

평안도 희천군 묘향산 북쪽 산줄기.

강포수는 삼일째 산속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가 산을 오르내리며 본 것은 고라니와 멧돼지 그리고 너구리의 사체였다. 그리고 호랑이 발자국도 보았다.

'이상하군. 이런 곳에서 호랑이 발자국이 보이다니.'

강포수는 묘향산 일대가 늑대의 서식지로 알고 있었고 묘향산 자락에서 사냥을 하면서 한 번도 호랑이의 발자국을 본 일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최근에 묘향산 북쪽 일대 늑대의 영역으로 호랑이가 들어왔나?’

강포수는 그 호랑이를 잡기 위해 오늘도 산속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오늘이 삼일째인데 준비한 식량도 떨어지고 집에 있는 아들놈도 걱정되고.....'

강포수는 초조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착호갑사 출신인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잰걸음으로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높은 바위가 있고 밑에 자그마한 동굴이 보이는 곳을 지날 때였다.

"뭐지?"

강포수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았다. 그는 몸을 납작 엎드리고 전방을 주시했다. 바위 밑에 작은 개처럼 생긴 동물이 보였다. 그것은 새끼 늑대였다.

'새끼 늑대가 이런 곳에 있으니 근방에 어미 늑대가 있겠군. 주의해야겠어.'

주위에 반드시 어미 늑대가 있을 것이라고 강포수는 생각했다. 그는 바짝 긴장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화승총에 화약을 넣고 탄환을 넣고 다졌다. 언제든 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상황을 주시했다. 새끼 늑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에게 다가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다.

'유진이는 밥은 먹었으려나.'

자신의 앞에 있는 새끼 늑대를 보고 강포수는 집에 있는 아들 생각이 났다. 그는 손을 뻗어 앞에 있는 새끼 늑대를 자연스럽게 안았다. 그때였다.

"으르르르."

어디선가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올려다보니 높은 바위 위에서 하얀 늑대 한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하고 있었다.

'어미가 나타났군.'

늑대는 바위에서 내려왔다. 강포수는 새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새끼 늑대를 살며시 땅에 내려놓았다.

"어미한테 가거라."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말하며 새끼 늑대를 어미 늑대 쪽으로 밀었다. 하얀 늑대는 강포수를 바라보며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덤빌 기세였다. 강포수는 숨을 죽이고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새끼 늑대는 어미 늑대 쪽으로 가다가 몸을 돌려 강포수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때 하얀 늑대도 강포수에게 달려들었다. 강포수는 총의 개머리판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늑대를 후려쳤다. 하얀 늑대는 개머리판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강포수가 재빨리 화약 접시에 점화약을 채우고 있는데 늑대는 일어나더니 몸을 돌려 강포수 쪽으로 달려들었다.

"쿠앙."

강포수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하얀 늑대를 향해 격발 했다. 늑대는 강포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대가리에서 피가 흐르고 늑대는 숨을 헐떡였다.

'이제 곧 늑대 무리가 돌아올 것인데...... 어쩌나......'

그는 생각했다. 그는 새끼 늑대를 안고 자리를 황급히 떴다.



묘향산 일대 주변 마을의 가축들이 죽거나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오서방네 닭이 없어졌다고 하던데....."

"그래? 지난밤에는 정서방네 돼지가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시방 여름인데 벌써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겨울철에는 먹이가 부족하여 산짐승이 마을로 내려와 가축을 죽이거나 물어가기도 했었다. 그리고 검은 늑대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네, 검은 늑대 봤는가? 난 어제 산에 나무하러 가서, 거기서 늑대 무리를 봤는데, 아~ 글쎄 검은 것이 보이더라구. 필시 그것은 검은 늑대였네."

"나도 봤어. 어디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검은 늑대와 네다섯 마리 회색 늑대들이 산등성이를 넘어가더라고."

"그 생김새가 아주 고약하더라구. 뭐랄까, 검고 흉측한 것이 괴물이 따로 없네."

"난 등골이 오싹하여 오줌을 지릴 뻔했네."

"이 사람, 농담도 정도껏 하게."

검은 늑대는 1년 전부터 그 존재가 발견되었는데, 묘향산 북쪽 산줄기에서 가끔 출몰하곤 했다. 일반적인 늑대처럼 회색이 아닌 검은색이어서 사람들은 검은 늑대라고 불렀다. 검은 늑대가 아직까지 사람에게 해를 가한 적은 없지만, 검은 늑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압도당할 정도로 위협을 느꼈다. 그런 까닭으로 검은 늑대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는 소문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5일 뒤 묘향산 북쪽 산자락에서 사람이 죽은 일이 발생했다. 살점이 뜯긴 보부상의 시신이 바위틈에 있는 것을 심마니가 발견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일을 검은 늑대의 소행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소문은 희천군을 비롯한 인근 마을로 퍼져 나갔다. 가축의 피해와 사람까지 죽는 일이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검은 늑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불안해했다.




군수 김병관은 평안도 희천군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군수 김병관은 이를 해결하고자 군내와 인근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사냥꾼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강포수만 오지 않았다. 아전은 사령을 통해 그 연유를 알아보게 했다.

“아뢰옵니다. 강포수는 올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사옵니다. 군수님의 부름에 응하지 못한 소인의 큰 잘못을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소인은 한시도 집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오니 선처를 바라옵니다.”

사령이 말했다.

“이런 고얀 놈을 보았나? 안 되겠다. 내 직접 가서 혼쭐을 내겠다.”

“고정하시옵소서, 군수님. 강포수는 이 마을 최고의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관아의 요구에 불응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사옵니다. 반드시 사연이 있을 듯하오니, 군수님께서는 노여움을 푸시기 바라옵니다.”

“그래? 험험. 내가 이곳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그렇다면 가서 그 연유를 내가 직접 들어야겠네. 어서 앞장을 서게!”

군수 일행은 강포수의 집으로 갔다.


“강포수! 게 있느냐? 군수님께서 행차하셨으니 얼른 나오너라.”

강포수는 방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마당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강포수인가? 마을에 변고가 생겨 군내와 인근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낭꾼을 불렀는데 어찌 오지 않았느냐?”

“송구하옵니다. 소인 강포수, 이번 검은 늑대 일로 불안하여 집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옵니다.”

“어찌하여 집을 비울 수 없는 게냐?”

“소인이 보름 전에 사냥을 나갔다가 늑대 한 마리를 죽이고 그 새끼를 데리고 온 일이 있사옵니다. 그 후 검은 늑대가 자주 출몰한다는 말을 듣고 혹시 소인이 죽인 늑대가 검은 늑대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고 혹 검은 늑대가 새끼를 찾으러 소인의 집으로 오지 않을까 불안해하여 집을 비울 수 없었사옵니다.”

“그래? 그럼 그 새끼 늑대는 어디 있느냐?”

“제 아들놈이 돌보고 있사옵니다.”

강포수는 집 뒤쪽을 가리켰다. 강포수는 군수를 모시고 집 뒤쪽으로 안내했다. 집 뒤쪽에 작은 우리가 있는데 그 속에 새끼 늑대가 들어 있고 일곱 살 먹은 아이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 새끼 늑대가 검은 늑대의 것이냐?”

“아마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여봐라. 당장 저 새끼 늑대를 끌어내어 관아로 데리고 가거라.”

깜짝 놀란 강포수는 새끼 늑대가 들어있는 우리를 막아서며 말했다.

“군수님! 이 무슨 말씀이옵니까? 새끼 늑대를 끌어가다니요?”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저 새끼 늑대가 검은 늑대의 새끼라고. 그리고 검은 늑대가 자기 새끼를 찾으러 온다고. 저 새끼 늑대를 이용해 검은 늑대를 잡으려는 게다.”

강포수는 땅바닥에 엎드렸다.

“아니 되옵니다. 군수님!”

“뭐라고? 이런 위험천만한 짐승을 너는 왜 데리고 있느냐? 너도 내다 버리면 될 것을....”

“소인은 다만 제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네가 저지른 일이 무엇이냐?”

“소인은 저 새끼 늑대의 어미를 죽였습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는 자연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어미를 잃은 새끼 늑대의 처지가 마치 제 아들의 처지와 같아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데리고 왔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려는 생각으로 데리고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 아들놈이 그새 새끼 늑대와 정이 들어 버렸나이다. 만약 검은 늑대가 찾아온다면 그때 돌려주겠지만, 그 과정에서 혹시 제 아들놈이 마음과 몸이 상할까 봐 걱정스러워 집에 있던 것이옵니다.”

“그것은 네 사정일 뿐, 지금 마을에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사람마저 죽은 상황에서 검은 늑대를 그냥 놔둘 수는 없느니라.”

“군수님! 사람이 죽은 까닭은 검은 늑대의 소행이 아니라 호랑이의 소행이옵니다.”

강포수는 땅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호랑이의 소행? 그럼 묘향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단 말이냐?”

군수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강포수를 바라보았다.

“네 이놈! 거짓을 고하면 물고를 내리라. 묘향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다.”

옆에 있던 호방이 나서며 꾸짖는 어조로 말을 했다.

“소인이 최근 산행에서 호랑이의 발자국을 발견했사옵니다. 아마도 얼마 전에 묘향산에 들어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인이 그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산행하던 중에 저 새끼 늑대의 어미를 죽였던 것이옵니다.”

“그래? 이거 잘 되었구나.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로구나. 이번 기회에 늑대도 잡고 호랑이도 잡아야겠구나. 뭐들 하느냐? 어서 새끼 늑대를 끌어내거라.”

강포수와 그의 아들은 사력을 다해 막아 보려 했지만 군수는 군졸들을 동원하여 새끼 늑대를 끌고 관아로 갔다.



군수는 아전들과 모여 검은 늑대를 잡기 위한 회의를 하였다.

"어떤 계책이 좋을지 의견을 말하시오."

호방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군수님, 강포수의 말을 고려할 때 검은 늑대는 새끼를 찾기 위해 마을에 출몰하는 것 같습니다. 새끼 늑대를 미끼로 이용해 산속에 매복해 있다가 검은 늑대가 나타나는 길목에서 사냥꾼과 군졸을 동원하여 잡아야 합니다."

"군졸을 동원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방이 말했다.

"군졸을 동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니, 이유가 무엇이오?"

"군졸의 임무는 마을의 치안을 유지하고 외적의 침입을 막는 것입니다. 늑대와 같은 야생 동물을 잡는 일에 군졸을 동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사냥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검은 늑대 때문에 백성들이 불안해 하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묘향산의 험한 산세를 고려할 때 산의 지리와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사낭꾼이 군졸보다 더 적합합니다."

"일리 있는 말일세. 그렇다면 호랑이는 어떻게 잡을 것인가?"

"호랑이를 잡는 일에는 착호갑사에게 맡기셔야 합니다."

"그렇군. 내일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묘향산 북쪽 산자락.

여름철 묘향산이 품고 있는 신록의 생명력은 강렬했다. 녹음이 우거진 산은 햇빛마저 들지 않을 정도였다. 대낮에도 나무와 잎들로 인해 짙은 그림자가 생겨 산속은 어둑어둑했다. 군수와 사냥꾼 일행과 착호갑사는 늑대의 소굴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다. 이 장소는 강포수가 새끼 늑대를 만난 곳이다. 북쪽에는 높은 바위가 있고 서쪽으로 절벽이 있고 동쪽에는 오솔길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졌다. 군수는 바위 밑 동굴 입구의 나무에 새끼 늑대를 묶어 놓고 동쪽과 남쪽에 사냥꾼을 배치하고 검은 늑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호랑이가 나타날 것을 고려하여 착호갑사에게도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일렀다.

땅거미가 깔리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동쪽에 배치된 사냥꾼들이 혼비백산하며 소리를 지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미 사냥꾼 한 명은 호랑이 발아래 깔려 있었다. 배치된 사냥꾼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쏴라. 화살을 쏴라. 착호갑사는 무엇을 하는가? 총포를 발사하라.”

착호갑사는 침착하게 화승총을 장전하여 호랑이를 겨냥했다. 그러는 사이에 호랑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냥꾼들을 물었다. 화살이 날아왔지만, 호랑이를 쓰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쿠앙."

격발 하는 소리가 났다. 호랑이를 맞혔지만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호랑이의 왼쪽 다리에서 피가 나왔다.

"크르르르 크렁."

호랑이는 착호갑사에게 달려들었다. 착호갑사는 다음 사격을 준비했지만 덤벼드는 호랑이에게 팔을 물렸다. 팔을 물린 착호갑사는 다리에 있던 칼을 뽑아 호랑이의 등을 찔렀다. 하지만 호랑이는 앞발로 착호갑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착호갑사는 목이 꺾여 즉사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냥꾼들은 산 아래로 내달렸다. 이제 죽거나 도망간 것을 제외하고 사냥꾼은 이제 두서넛 명이 남았고 이를 지휘할 군수와 호방은 두려움에 떨었다.

호랑이는 어슬렁거리며 밧줄에 묶인 새끼 늑대에게 다가갔다.

"아오오오."

그때,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북쪽 바위 위에 검은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소리를 들은 군수와 호방 그리고 남아 있던 사냥꾼들은 산 아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섯 마리의 늑대가 나타났다. 호랑이는 포효했다. 첫 번째 늑대가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 호랑이는 앞발로 달려오는 늑대를 쳐냈다. 이번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덤볐다. 한 마리는 호랑이의 옆구리를 물고 또 한 마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는 옆구리를 물고 있는 늑대를 물고 던졌다. 등에 올라탄 늑대는 호랑이 목 부근을 물었다. 이번에는 다른 늑대가 달려들어 피가 흐르는 뒷다리를 물었다. 호랑이는 몸부림을 쳤다. 등에 있던 늑대가 떨어져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마지막 늑대가 호랑이의 목을 향해 뛰어올랐다. 호랑이는 포효하며 두 발을 들고 날아오는 늑대를 쳐냈다. 뒷다리를 물고 있던 늑대도 떨어져 나갔다. 다섯 마리의 늑대 중에서 상처가 작은 늑대만이 호랑이를 둘러싸고 으르렁거렸다. 그런 늑대들의 뒤로 검은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나타났다.

"아우 우우우."

검은 늑대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호랑이를 둘러싼 늑대들이 뒤로 물러났다.

"크릉, 크르르르 크왕."

호랑이도 검은 늑대를 향해 포효하며 이빨을 드러냈다. 검은 늑대는 호랑이에게 돌진했다. 호랑이는 앞발을 들었다. 돌진하는 검은 늑대를 쳐내려고 했다. 검은 늑대는 앞발을 피하고 아래로 파고 들어가 호랑이의 목젖을 물었다. 호랑이는 으르렁거리며 목을 물고 있는 검은 늑대를 떼어내려고 몸부림쳤다. 검은 늑대는 떨어지지 않았다. 호랑이는 목을 물고 있는 검은 늑대를 앞발로 짓눌렀다. 서로가 사력을 다해 물고 눌렀다. 하지만 호랑이의 힘이 더 강했다. 검은 늑대는 서서히 힘이 빠져서 입이 풀렸다.

"쿠앙."

갑자기 총포 소리가 나고 호랑이는 몸을 움찔하며 검은 늑대를 누르고 있던 앞발이 들렸다. 그 틈을 타서 바닥에 깔려 있던 검은 늑대는 재빨리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검은 늑대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났다. 호랑이는 등에 피가 흘렀지만, 총소리가 난 쪽으로 천천히 다시 움직이며 포효했다.

"어흐~흥, 크르르르."

"쿠앙."

또다시 총포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호랑이의 눈에서 피가 터졌다. 잠시 후, 호랑이는 옆으로 쓰러졌다. 소나무 숲 쪽에서 천천히 강포수가 걸어 나왔다. 검은 늑대를 비롯한 늑대들은 으르렁거리며 강포수를 향했다. 강포수는 새끼 늑대 쪽으로 다가가 묶인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새끼 늑대를 검은 늑대 쪽으로 보냈다. 새끼 늑대는 강포수를 돌아보더니 이내 검은 늑대 쪽으로 달려갔다. 검은 늑대는 새끼 늑대를 핥아주었다.

"아우 우오 우우우."

검은 늑대는 하늘을 향해 울음소리를 내었다. 울음소리를 들은 다섯 마리의 늑대는 동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검은 늑대도 새끼를 입으로 살짝 물더니 동쪽으로 달려갔다.




죽은 호랑이를 끌고 강포수는 마을로 내려왔다. 이를 목격한 마을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고 이 소식은 군수에게도 전달되었다. 군수는 사령을 보내 관아로 강포수를 불렀다.

“강포수! 호랑이를 죽였다고. 그럼, 검은 늑대는 어찌 되었나?”

“네. 호랑이를 죽이고 나서 검은 늑대도 죽였나이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마을의 큰 우환을 없앴으니 내 강포수에게 상을 내리겠다.”

“소인은 사냥꾼으로 할 일을 했을 뿐이옵니다. 다만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군수님!”

“그래, 청이 무엇이냐? 이런 훌륭한 일을 한 백성에게 상을 내리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소인의 청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받고 싶습니다. 그 고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사옵니다.”

“오냐, 오냐. 알겠다. 여봐라! 이런 경사스러운 날을 맞아 잔치를 벌이도록 해라. 하하하.”

호랑이는 가죽은 벗겨지고 살은 발라졌다. 희천 마을은 호랑이 고기를 비롯하여 돼지고기와 소고기로 잔치가 벌어졌다.




날이 저물고 유시(酉時)가 되자 강포수는 소고기를 들고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관아를 빠져나와 묘향산 북쪽 산자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새끼 늑대와 처음 만난 장소로 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검은 늑대의 짝을 죽였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불가피한 사고일 뿐이었다. 그는 어미를 잃은 새끼 늑대가 지어미를 잃은 자신의 아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끼 늑대를 마을의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았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결국 죽었다. 그는 착호갑사라는 일을 그만두고 묘향산 자락의 마을로 이주하여 홀로 아이를 길러 왔다. 공무에 매인 몸으로는 아이를 보살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은 그가 데리고 온 새끼 늑대를 강아지로 생각하고 보살피면서 정이 들었다. 강포수는 검은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반드시 검은 늑대가 짝을 죽인 자신에게 복수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새끼를 찾으러 마을에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검은 늑대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군수의 계략으로 일이 틀어져 버렸고 이제는 검은 늑대마저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검은 늑대와 새끼 늑대를 살리기 위해 묘향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쫓던 호랑이를 발견했고 죽였다. 검은 늑대는 호랑이와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상처 입은 늑대는 주변의 천적과 경쟁자에게 밀려나거나 좋은 먹이가 될 뿐이다. 강포수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여기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상처 입은 검은 늑대를 위해 소고기를 가지고 온 것이다.

강포수는 가지고 온 소고기를 내려놓고 주위에 몸을 숨겼다. 한 시진(時辰)이 지나자 검은 늑대가 새끼 늑대와 함께 나타났다. 주위를 경계하며 바닥에 놓인 소고기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검은 늑대는 소고기를 몇 덩이를 물고 씹더니 뱉어내어 새끼 늑대 앞에 놓았다. 새끼 늑대가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검은 늑대는 새끼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새끼가 다 먹자 검은 늑대가 남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강포수는 총을 들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강포수가 잠시 쉬려고 바위에 걸쳐 앉으려고 할 때였다. 앞쪽에서 검은 물체가 다가왔다. 그는 흠칫 놀라 검은 물체를 향해 총을 겨눴다. 가까이 다가온 검은 물체는 검은 늑대였다. 검은 늑대는 강포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다가와 엎드렸다. 강포수는 총을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엎드린 검은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검은 늑대는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잠시후 검은 늑대는 일어서고 하늘의 달을 보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아오오오."

그리고 검은 늑대는 강포수에게 고개를 두 번 끄덕이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강포수는 검은 늑대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총을 집고 산 아래로 몸을 움직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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