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자유당 정권 말기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5학년 한병태는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로 전학을 간다. 그곳에서 엄석대가 급장으로 있는 반에 소속된다. 엄석대는 여느 반장과 달리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반을 장악하고 왕처럼 군림했다. 이를 부조리하게 여긴 한병태는 저항하다 결국은 엄석대에게 항복한다. 1960년 자유당 정권이 무너질 때 엄석대도 무너진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에 의해 엄석대의 신화가 벗겨지고 그의 권위가 추락하자 억압받던 아이들은 엄석대의 비행을 고발한다. 엄석대는 견디지 못하고 학교에서 도망친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작가는 이문열이다. 이 소설은 독재 권력의 형성과 몰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설로 1987년 11회 이상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국민학교 5학년 2반 급장 엄석대를 통해 독재권력의 추악한 모습과 이에 기생하는 부류를 비판하고 있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서울대 학생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이한열 연세대 학생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외치다가 6월 9일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의식불명 상태에서 결국은 7월 5일 사망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영화 ‘1987’은 다루었다. 장준환 감독이 만든 영화로 ‘1987’은 그해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려는 세력에 항거하고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박종철 사망 당시의 진실을 말하는 의사,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는 검사, 부검한 결과를 왜곡하지 않는 부검의,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자, 진범이 누구인지 전달하는 교도관, 국민을 통합하는 민주인사,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등장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독재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한다. 엄석대는 공부를 잘하거나 힘이 좋은 몇몇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작은 권력을 부여하고 반 아이들을 통제하고, 교무실의 사환을 선생님들을 감시하는 자를 두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자신에게 벌어질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에 대한 거짓 신화를 만들어 주위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며 오히려 통제하고 감시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진실을 외치는 민주인사와 지식인을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고문하고 실체도 없는 용공사건을 조작하고 언론을 탄압했다.
하지만 그렇게 굳건해 보이던 엄석대와 군사정권은 무너졌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은 엄석대의 기존 평판보다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판단하여 엄석대의 진실을 밝혀냈다.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에 굴복한 군사정권은 결국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첫째, 권력을 견제하는 사회체제가 필요하다. 엄석대는 담임으로부터 청소검사, 수업준비, 생활지도 등의 많은 권한을 부여 받았다. 이렇게 엄석대가 급장으로 반을 장악하고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해야 할 담임 선생님의 역할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은 엄석대가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하였고 이것이 그의 왕국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부정부패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엄석대가 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학급원이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개인적인 욕심으로 침묵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부정한 세력에 맞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전학 온 한병태가 혼자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모두가 엄석대의 부정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자 그를 몰아낼 수 있었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1992년에 제작된 박종원 감독의 영화에서는 엄석대가 아직도 이 사회에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끝난다. 따라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부조리한 것을 알리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 내는 지혜를 발휘하며 사람들과 단결하여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