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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Dec 25. 2023

낯선 남자와 방 안에서 둘이, 대화록 2

소개팅 어플남

“그리고 나는 안 해본 섹스가 없어.”

“안 해본 섹스? 섹스가 섹스지 뭐가 있는데. 안 해볼 게 뭐가 있는데!!!”



흥분한 나는 말이 막혔다.



“막 그러면, 안 넣어야 될 곳에도, 어? 막 2대 1도 해보고 그랬다는 거야? 어?”



나는 흥분해 격앙된 상태로 질문을 했다. 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해봤지, 그럼.”

“미쳤나봐. 제발 알려줘.”



나는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짓고 두 손을 모아 얼굴에 갖다 댄 후 앉은 상태로 테이블을 거의 독점하듯 그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좋아? 어떻게 좋아? 그럼 네가 1인인 거야? 여자가 2명이고?”

“응. 내가 한 명일 때도 있고, 남자가 두 명일 때도 있고.”

“근데 여자가 두 명일 때, 한 명은 뭐해?”

“그게, 그게 문제인 거야. 여자끼리 스킨십을 하는 편이면 괜찮은데. 그게 어색한 쪽이면, 그게 문제인 거야!”



나는 꺅-소리를 지르며 깔깔깔 배를 잡고 웃었다.



“너 정말 미쳤구나!”

“그래?”

“어, 너무 재밌어서 미쳐버릴 거 같아. 더 말해줘.”



그는 사뭇 억울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지금 말한 지 거의 3시간 넘었거든?”

“우와,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지나갔어?”

“아까는 막 하품하면서 내 얘기 듣더니, 지금 너 눈빛 봐. 죽을래? 제일 초롱초롱해.”

“아니야, 효원아. 지난 얘기들도 너무 재밌었어. 근데 티 났어?”



아무래도 도파민이 넘치는 다대일 섹스 얘기에 도파민이 넘쳐흘러 내 표정을 관리할 수 없었다. 아니 표정을 왜 관리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너 잠깐 이리로 와봐.”



효원은 손가락을 까딱까딱거렸다. 나는 고분고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향했고, 그는 나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는 나를 꽉 안으며 내 목과 어깨에 뽀뽀했다. 간지러운 나는 발버둥 치며 웃으며 그의 품을 벗어나려 했다.



“진짜 한 번 큰일 나볼래?”

“아, 알았어. 잘못했어.”



나는 여전히 키득댔고, 그 역시 키득대며 내 귀에 키스했고, 우리는 입을 맞췄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의 무릎에서 내려왔고, 우리는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럼 너의 마지막 섹스는 언제야?”

“날 좋아한다는 여자애가 있었거든. 스물세 살인데. 우리집에 화분을 사가지고 왔더라고. 친한 친구들도 3만 원짜리 들고 올까 말까였는데. 화분이 십만 원 짜리였어.”

“어머, 귀여워라. 아가 너무 마음이 이쁘다. 효원이 도둑놈이네.”



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그렇게 예쁜 마음. 주책이군, 다시 얘기로.



“그렇지? 정말 예쁜 마음이야. 내가 좋다길래, 일단 유학 갔다 와서 말하라고 했어.”

“그러게. 아무 것도 모를 나이이기는 하지. 그래서 뭐 했어, 그다음에.”

“집 보여주고, 존나 했지. 섹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는 종교 있어?”

“아니, 없는데. 효원이는 있어?”

“나는 모태신앙이야.”

“그럼 맨날 나쁜 짓 한 다음에 일요일에 교회 가서 회개하는 거야?”

“아, 나 그렇게 나쁜 짓 안 하고 다녀. 그냥 섹스를 좋아하는 것뿐이야.”

“모태신앙이 이런 다대일 섹스를 즐기는 사탄이 되어 돌아왔다니. 부모님이 정말 놀라셨겠다.”

“아니, 이런 적도 있었어. 내가 여자랑 자고 출근을 할 거 아니야. 그럼 여자애들이 우리 집에서 자고 있잖아. 나는 집에 없고. 근데 엄마가 반찬을 두고 간다는 거야. 그럼 내가 막 여자애한테 전화를 해, 그러면 대부분 안 받아. 자느라. 그래서 엄마는 몇 명의 여자애들을 보고 더 이상 반찬을 갖다 주지 않았어…”



나는 오른손으로 양 어깨를 왔다 갔다 하며 기도했다.



“신이시여. 이 어린양의 죄를 부디 사죄해 주십시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죽을래?”



웃음이 넘치는 이 대화들.



“아니,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진짜 아무 말 안 하고 부모님이 다니라니까, 다녔거든? 그리고 성인 돼서 딱 말했지.”

“응. 뭐라고.”

“어머니, 아버지. 제가 교회를 간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라고.”

“그랬더니 뭐라셔?”

“알겠다고 하셨어. 그리고 그 후로 안 갔어. 항상 일요일마다 성실한 듯해 보이지만 그냥 오는 애들 있잖아. 막 여자친구 사귀려고 오고, 하느님은 무슨 하나님이야. 하나님 조또 신경도 안 쓰면서 남들 때문에 오는 대딩 청년부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지. xx들. 이게 뭐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아, 오늘은 뭐 했어?”

“수원 갔다 왔어. 부모님 집에. 보통은 회사 갔다가 집에 와서 밥 먹고, 헬스장 가서 운동 2시간 정도 해. 매일. 주말에도 딱히 약속도 없고. 그냥 본가 가면 마음이 편해.”

“그렇구나.”

“술 먹어서 그런가. 이제 배고픈데. 라면 끓여 먹을까? 참치 있어? 내가 끓여줄게. 설거지도 할게.”

“라면도 없어. 나 라면 잘 안 먹어. 예전에 남자 친구 있을 때는 맛있었는데. 혼자 먹으면 물려. 그게 좀 뭔가 경쟁심인 거 같아. 누가 앞에서 맛있게 먹어야 좀 먹고 싶은?”

“오케이. 내가 존나 맛있는 라면 끓여줄게.”

“콜!”

“같이 가. 편의점.”

“웅.”



9월의 새벽은 선선하기보다는 이제야 대낮의 태양의 열기가 식은 정도였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참치와 라면을 사고 올라가기 전 효원은 담배를 피웠다. 담배 두 까치를 연신 피웠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앉아서 노래를 불렀고, 효원은 라면을 끓였다. 남자가 끓여준 라면을 먹다니. 전 남자친구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는 내 집에서 마치 요리를 해본 사람처럼 끓이는 폼이 아주 익숙해 보였다.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찬장에서 알아서 냄비를 꺼내고 젓가락을 꺼냈다.



‘르꼬르라드 요리학교 나왔다는 거, 거짓말이 아닐지도. 아니, 삶의 짬바일지도.'



그가 끓여준 라면은 아주 고칼로리의 라면이었지만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라면을 먹어도 그의 복근은 변함이 없었고, 나의 엉덩이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래서 회사에 가면 무슨 일을 하니?”

“음, 서류 처리하고. 요리 연구에 필요한 요리들 가끔 랩실에서 하고.”

“아, 그 동네에서는 왜 살게 된 거야? 회사는 초호동인데. 초호동에서 살지.”

“그냥 이 동네 수도권 신도시 중에 제일 유명했잖아. 초호동도 꽤 가깝고. 살아보고 싶었어.”

“그래서 인프라가 없어서 그렇게 얼굴을 깠구나. 나는 여기 토박이거든. 그래서 절대 그런 짓은 못해.”

“뭐 이거 어플 한다고 죄짓는 것도 아니고, 뭐.”

“조금 그래.”



돌이켜 봤을 때. 효원과 함께 있었을 때의 나는 정말 편안한 상태였다. 나쁘지 않은, 호감 가는 남성과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나눴던 대화는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아, 정수기 좀 놓으면 안 돼?”

“정수기? 왜?”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거 같은데. 나 물 먹는 하마거든.”

“그냥 있는 물 드세요.”


'나를 또 볼 건가?'


“나 담배 피우고 올게.”

“아, 그냥 여기서 펴. 그냥 화장실 가서 펴.”

“그래도 돼?”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피는 것도 아닌데, 왜 담배 피우러 나가는 그게 귀찮게 여겨졌을까.



“응.”

“따라와.”



해가 막 뜨기 전 새벽 5시쯤. 화장실 창문에 파란빛이 어스름하게 내려와 있었다. 모든 사물이 푸르게 보일 때쯤 동공은 파란 어둠에 익숙해졌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촤악- 붉은색의 라이터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날카로운 턱선이 보였다. 타들어가며 이글이글 거리는 주황색 불빛이 촘촘히 박힌 담배 끝자락이 푸른 어두움과 어우러졌다. 뿌연 담배 연기는 몽글몽글 화장실 위로 피어올랐고, 그는 내게 손짓했다.


나는 그의 앞에 섰다.



“벗어.”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내 나시티를 위로 올렸고,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말했다.



“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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