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시속 40킬로는 좀 빠른 것 같습니다만...
40... 내게는 달나라처럼 아주 멀리 있는 이야기였다. 예전엔 어른들이 나이에 따른 시간 체감을 차량 속도계에 비유할 때,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몇 해 전,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흔의 문턱을 넘으면서, 나 역시 그 속도계 바늘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
40대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누가 그랬던가! 나에게 40대는 수많은 경험 끝에 상처만 남고, 잘하는 것들 보다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쌓여 생긴 벽에 갇힌 쥐와 같은 신세이다.
난 어릴 적부터 새치가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나이 들어 흰머리가 생겨도 크게 개의치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마흔의 문을 지나고 나니 흰머리카락들은 새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잡초처럼 무자비한 생명력으로 번져나간다. 뽑아도 뽑아도 새롭게 자라나는 미친 생명력의 흰머리카락들. 모든 세포들이 노화로 시들어갈 때 유일하게 활동적인 게 흰머리카락을 만드는 녀석들 같다. (물론 흰머리는 만들어내는 게 아닌 멜라닌 색소의 감소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렇다. 나는 늙어간다. 하지만 적어도 조용히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노화의 상징인 흰머리카락도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그저 무기력하게 시간 속으로 스러질 수는 없기에, 나는 처음으로 글이라는 걸 써보기로 했다. 다른 주제도 아닌 40대라는 것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글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시간의 속도계 위에서 길에 바퀴 자국이라도 남겨 보고자 한다. 노화야 덤벼봐라, 글로 다 남겨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