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픽토 Oct 12. 2024

마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상치 못한 거리 두기

40... 내게는 달나라처럼 아주 멀리 있는 이야기였다. 예전엔 어른들이 나이에 따른 시간 체감을 차량 속도계에 비유할 때,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몇 해 전, 내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흔의 문턱을 넘으면서, 나 역시 그 속도계 바늘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

잉? 이게 왜 안 보이지? 어느 날 문득 설명서를 확인하려고 든 물건의 글씨가 흐릿하니 보이지가 않아 당황했다. 무언가를 흐릿하게 본건 15년 전 라섹 수술을 한 후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는데, 팔을 앞뒤로 움직이다 보니 건이 눈에서 적당히 멀어지자 흐릿하던 글씨가 또렷이 보였다.


그렇게 나는 40대 초반에 노안이 시작된 걸 깨닫게 되었다. 노안이라는 걸 인지하고 나니, 두 살 터울의 언니도 예전보다 스마트 폰을 좀 더 멀리 두고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노안이 왔음을 깨닫지 못하던 언니에게 폰을 가까이 가져가 읽던걸 읽어보라고 했다. 언니는 안 보인다 말하며 언니 또한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씁쓸함이 섞인 박장대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렇게 우리의 눈은 글로부터 강제 거리 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 물건들은 글씨를 왜 이렇게 작게 쓰는 거야!" 마트에서 물건 설명을 읽으려던 언니의 한숨 섞인 말을 듣고 내가 받아 들었다. 팔을 아무리 앞뒤로 밀고 당겨 보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였다.  

이럴 때는 또 치트키가 있지!
우리는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섭렵한 세대가 아닌가!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확대해 사진을 찍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 죽으란 법은 없다며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눈의 기능은 점점 더 떨어져만 갈 것이니 이젠 그것을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초점렌즈 안경이다. 다초점렌즈는 말 그대로 초점이 한 군데가 아닌 렌즈로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다 깨끗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렌즈이다.


전에 부모님께 다초점렌즈 안경을 맞춰드린 적이 있다. 다초점렌즈는 그저 부모님을 위한 효도템 중 하나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머잖아 언니와 손잡고 다초점렌즈 안경을 맞추러 가야 할 것 같다.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대학 농구 연고전에 열광하던 세대이지만 BTS도 뉴진스 또한 좋아하는 조금은 철없는 40대이다. 아직도 트렌디한 것에 끌리는 나에게 40대에 겪는 변화들은 너무 빨라 멀미가 날 정도이다. 노화야 제발 한 박자만 쉬고 천천히 와 주렴. 제발...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