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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료 편식

by sinn Jan 28. 2025

가끔 오월이가 사료를 먹을 때 지겹긴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밥을 잘 먹는 편이지만 놀랍게도 최근에 오월이는 사료 편식을 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밥을 건너뛰면 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우리가 자랐던 것처럼 밥을 치워버리고 '먹기 싫음 먹지 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입양하기 전의 오월이는 밥을 잘 먹는 편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는, 계속 먹던 걸 주다가 갈아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임보자님께 물어서 그 사료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건 그대로 쓰레기 통으로). 하지만 막상 오기 전날에서야 오월이가 그 사료를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들었고, 실제로 온 날에는 그걸 안 먹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또, 닭가슴살 트릿을 잘게 찢어주니 또 잘 먹어서 당분간 그렇게 더 먹었다.


그다음의 변화는 바로 오월이의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였다. 살을 뺀다기보다 현재보다 더 살찌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러 다이어트 사료를 시도했다. 오월이는 정말 다이어트 사료 감별을 잘한다 (즉, 안 먹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다 싫어해서 샘플을 구하지 못했던 힐스 라이트를 억지로라도 먹일 수밖에 없었다. 다이어트 사료는 아예 안 먹으려고 하니, 이전에 먹던 '밥이 보약'과 섞여서 먹게 했다 (나중에서야, 이렇게 섞여서 점점 먹게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조합을 한 일주일 정도는 잘 먹었지만, 다이어트 사료 비율이 66%로 높아지자 오월이는 아예 거부하기 시작했다. 다시 1:1로 돌아갈까 하여 섞어서 줬지만, 오월이는 한번 거부한 것과 동일한 걸 기민하게 눈치챘다. 결국 남은 사료는 곧 버려질 예정이며, 오월이는 오늘 새로운 조합의 사료를 받게 되었다. 와중에 새로운 사료만 쏙쏙 골라먹고 다이어트 사료는 남겨놨다가, 나중에 배가 너무 고파지니 가서 몇 개 먹는 식이다. 


나도 다이어트 사료를 섞어서 주는 건 싫다. 하지만 왜 다들 칼로리가 이렇게 높은 건지 모르겠다. 새로 바꾼 사료인 '더 리얼 캣 크런치 닭고기'만으로 밥을 주려면 하루에 72g만 줄 수밖에 없는데, 양을 줄이면 지난번처럼 토하고 급하게 먹는 일이 또 반복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더 뛰놀게 하는 게 좋긴 하겠지만... 캣타워가 와서 혼자서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면 재고해 봐야겠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 모두가, '그래 저 칼로리는 맛이 없지'라면서 오월이에게 감정 이입을 했다, 심지어 엄마마저.)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맛있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사료를 주고 싶어서, 샘플을 추가로 더 신청해서 받았다. 설 연휴 지나고 조금씩 테스트해 보고 옮겨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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