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고, 겁이 많고, 반비례로 공간감이 없다. 즉, 지금껏 운전을 할 필요성도 딱히 못 느끼고 자신도 없이 살았다. 하지만 오월이와 첫 병원 방문 이후로 '면허를 따서 병원까지만이라도 왔다 갔다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 봤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설령 딴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오월이 병원을 안 데려갈 수는 없어서, 반려동물 유아차를 구매했고, 제발 얌전하게 이 안에서 이동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주에 운명처럼 비혼세를 듣게 되었고, 고작 캐리어로 안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하네스를 추가 구입했다.
캐리어에 왔다 갔다 하게 하며 익숙하게 한 지 2주째, 나는 오월이를 납치하듯 캐리어에 싣고 병원에 갔다. 오월이는 가는 내내 울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집은 도로변이고 차소리나 도시 소음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여튼 오월이는 엄청 울었지만 병원에선 매우 얌전했고 순식간에 발톱 정리와 주사를 처리하고 집에 다시 왔다. 나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들고 갈 때보다 굉장한 속도로 왔다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편했고). 하지만....
집 근처에 다다른 오월이가 갑자기 캐리어에서 툭 튀어나왔다. 미치는 줄 알았다. 이때 하네스 안 했으면 진짜 어디로 갔을지 모를 일이다. 순간 눈이 튀어나와서 오월이를 잡아 집어넣었지만 오월이는 계속 탈출 시도를 했다. 차라리 나를 볼 때 덜 우는 것 같아서 약간만 열어놓고 재빠르게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오월이는 집 바로 앞에서 하네스마저 벗어두고(!!) 탈출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오월이도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 (어쨌든 문이 닫혀있고, 오월이와 나만 있는 상황이었다). 오월이를 반강제로 안아서 얼른 집에 들어가서 내려놨더니 그제야 고요해졌다.
이 모든 것은, 오월이가 간식에 홀려 캐리어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약 45분간 벌어진 일이다. 특히 마지막 10분 정도 심장이 튀는 줄 알았다. 마지막 순간은 둘째 치더라도 하네스가 없었다면 집 근처에서 나왔을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다. 거기는 사방이 뚫어진 곳이었으니까. 정말 내가 비혼세를 그 주에 바로 듣고, 그 주의 에피소드가 그 이야기여서 살았다. 밤이언니님이 욕먹을 각오하고 공유해 준 이야기가, 고양이 한 마리와 사람 한 명을 살렸다. 정말로 감사하다(사연을 쓸까 생각도 했는데 닉네임에서 막혀서 일단 여기에).
오월이는 돌아오자마자 안전한 장소로 내 방 침대 아래 (평소에는 이불 위에서 잔다)에 숨어있었지만, 내가 츄르를 가지고 알짱대자 바로 튀어나왔다. 미안해서 츄르를 다 주면서 보니 코에 상처가 있었다. 다시 싸매 들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안쓰러웠다 (3일 정도 지난 뒤에 다 나았다). 오월이는 나름 자신만의 사투와 싸움을 했던 것 같다. 캐리어에서 나오려고 다칠 정도로 세게 부딪혔던 것이다. 오월이가 왜 이렇게 밖에 나가는 걸 겁내는 건지는 모른다. 오월이는 중문을 열어놔도 (현관문은 닫혔지만)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놔도 멀찍이서 구경만 하다가 가는 편이라서 평소에는 편하다고 느끼지만, 두 번 연속 병원 갈 때 탈진할 정도로 울어서 걱정도 된다. 당장 엊그제 발이 다쳤는데도 데리고 가지 못했다.
일단은 하네스를 좀 더 쪼이고, 캐리어 안에 들어갈만한 이동장이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다. 단거리도 펫택시가 되는지 한번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말 운전면허를 고려해봐야 하나 싶다 (그렇게 내가 골로 가고). 하지만 제발 오월이가 이제 잠깐 나가더라도 다시 여기에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