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기나긴 명절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나도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겠지만 올 해는 상황이 좀 복잡했다. 오월이는 이제 막 3주 만을 여기서 보냈고, 아직 이런저런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강력했다. 하필 월요일도 공휴일이 되는 바람에, 엄마는 주말부터 오지 않는다고 난리였다. 다행히 내가 오가는 표를 끊은 시점이 임시 공휴일 공표 전이라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화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집을 떠났다. 떠나면서도 마음이 당연히 편치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세팅을 하기는 했었다.
일단 차 표를 끊기 전에, ‘와요’를 통해 하루에 한 번 와주실 시터를 예약했다. 기본적인 화장실 청소 등과 잠깐의 놀이 정도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는 오월이도 적응을 어느 정도 잘하고 있었고 (사료를 토하기 전이었다) 밥도 잘 먹고 잘 지내니 30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것도 명절 할증이 붙으니 무시 못할 비용이긴 했지만 전혀 아깝지는 않았다. 이때는 이미 명절이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는데, 운이 좋게 요청하고 얼마 안 되어 예약이 성료되었다. 나는 예약된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후에 오월이가 스트레스 징후를 몇 개 나타내자 약간 생각이 변했다. 30분 정도, 그 마저도 화장실 청소 등을 마치고 나면 약 몇 분 안되는 시간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와요 예약 시간을 좀 더 늘릴까 고민하던 차에, 근처에 사는 지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면서, 명절 연휴 때에는 서울에 있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오후에 시간 될 때 집에 들러서 한 시간 정도씩 놀아줄 수 있을지 요청했다. 심지어 그분은 미리 와서 오월이와도 인사를 나누었는데 현란한 사냥 놀이 실력에 오월이 혼이 쏙 나간 것까지 기뻤다.
그러나 오월이가 또 한 번 헤어볼 토를 하고 하루 종일 내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걱정하던 차에 의외의 구원 투수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엄마에게 전화해 (나도 이 정도 빈도로만 전화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오월이 입양 소식을 들은 엄마 아들이었다. 역시 염치 불고하고 오전에 와 줄 수 있냐 (새벽형 인간이다) 했고, 알겠다는 답을 들었다. 미리 인사하러 와 주기까지 했다. 오월이는 이때 심지어 본 지 5분 정도밖에 안 된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무릎에 올라가기까지 했다 (나도 며칠 걸렸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즉 오월이를 위해서, 오전, 오후, 저녁에 와 줄 사람이 한 명씩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나름 안심하며 2박 3일의 일정을 하러 떠났다. 그전에 결국 내 사생활 따위 버리고 펫캠도 설치했다. 그렇게 틈틈이 오월이를 염탐하던 차에, 1일 차에 지인이 일이 생겨 못 오게 되었다. 다행히 엄마 아들이 오후에 한 번 더 방문했다. 하지만 사냥놀이보다는 장난감을 켜 준 것 같았다. 안 간 것보다는 나아서 고마웠다. 저녁이 되자 시터님이 예약 시간보다 좀 이르게 도착하였고, 이때만 해도 오월이는 평소와 비슷했다. 다만 오랜만에 사람이 오는 거다 보니 청소하는 시터님을 쫓아다니며 필살기인 애교를 부린 것 같다. 시터님이 예약 시간보다 좀 더 오래 계셔주셔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신 뒤에 (아마도 엄마 아들이 열어두었을) 베란다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해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하룻밤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월이는 밤새 내내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잠시 누워있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새벽 밥 소리에도 미동도 하지 않아서 당황했다. 오빠에게 빨리 가 줄 수 있냐고 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뒤늦게 오빠가 가자 오월이는좀 나아졌다. 친구에게 듣고 츄르를 섞은 필살기로 밥을 먹이고 좀 놀아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이 되었고, 결국 엄마의 허락 아닌 허락이 떨어져서 나는 차 표를 바꿔서 설날에 올라오기로 했다. 물론 당장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날 밤은 잠이라도 더 잘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나도 그 전날에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후에는 지인도 왔고, 오빠가 한번 더 왔었고, 그리고 시터까지 오셨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가고 나니 그날 오월이는 시터님에게 데면데면했다. 그래도 시터님이 다음날 예약을 하루 먼저 당겨서 좀 더 계셔주시다 가셨고, 얼마 안 되어 내가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다음에 오월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다가, 외박의 대가로 츄르를 바치니 그때는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다음날 오월이는 계속 나를 쫓아다녔다. 한편으로 분리불안되면 어떡하지 싶으면서도 또 미안해서 계속 무릎을 내주게 되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금요일에 약간의 심각함을 느꼈다. 이 날은 재택을 하였는데 정말 하루 종일 놀아달라고 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서 나는 뭔가 룰을 정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