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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사냥놀이에 소질이 없는 집사

없어도 너무 없다

by sinn Feb 17. 2025

나는 어릴 때부터 연기, 체육 등 예체능 쪽에 영 재능이 없었고 거기에 순발력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오월이가 통 사냥 놀이에 재미를 가지지 못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집사의 노력 이외에는 답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름 낚싯대를 휘두르는 방향, 방법, 속도를 계속 바꾸기도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사냥감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비닐이나 가림막 같은 걸 사용해서 자극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번 가지 못한다.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리를 내거나, 조명을 바꾸기도 했고, 오월이가 숨을 공간이나 장애물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2-3일에 한번 정도 (즉, 10번 중 1번)만 엄청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그냥 시큰둥해하는 것 같다. 푸드 트리는 영 못해서, 우리 오월이가 다 좋은데 머리는 쓰지 않나 했더니- 사냥 놀이에서는 이런 걸 빨리 캐치한다. 뭔가 자기 마음에 조금 안 들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낚시 목표물이 아니라 나를 쳐다본다. 이때는 마치 "똑바로 안 해?" 하는 느낌이고, 하루에 세 번 테스트를 받는 것 같으나 영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거기에 오월이는, 흔히들 말하는 '배고프기 전에 사냥해라'에 해당하지 않는 케이스인 것 같다. 배가 고프면 사냥 본능이 발동되기는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로 배가 고프면 아무리 사냥감이 흔들어도 소리가 나도 급식기 앞에서 요지부동인 채로 앉아 있고, 적당하게 배 고프면 몇 번 잡는 척하고 날 쳐다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네가 원하는 대로 잡았으니, 빨리 먹을거나 줘라'의 느낌이다.


오히려 밥을 적당하게 먹고 배 부르면 그루밍을 하고 놀기를 원하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래서야 얘가 야생에서 어떻게 먹고살았을지 걱정이 되는 한편, 밥 먹고 바로 자지 않으니 건강에 좋겠구나(? 이게 고양이에게도 맞는 말인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내 출퇴근 시간이랑 영 맞지 않아서 그게 걱정이다. 나름 야심 차게 계획 짜고 해 봤는데 아무것도 들어맞지 않는 것은 이런 오월이의 성향과 나의 못난 사냥놀이 실력의 환장스러운 조합 때문인 것 같다.


15분짜리의 짧은 시나리오를 짜서 움직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게 직장인이 할 수 있는 거였나 싶기도 하다. 하루 세 번이라면 3개의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문제는 배우인데, 의지가 지나칠 때도 있고 아에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해야지 별 수 있나. 일단 당분간 나의 노력이란 사냥 놀이 잘해줄 것 같은 지인을 초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하는지 사실적으로 좀 배워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맨날 이렇게 하라고만 했지 이거 15분씩 놀아주는 브이로그 좀 누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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