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흔히 듣던 것처럼 어디론가 도망가서 숨지도 않았고, 낯설어하면서 보채는 것도 하룻밤이 전부였다. 그래서 '적응이 참 빠르구나'라고 생각했고, 온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이미 적응이 끝났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고도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오월이가 이번 주에 많이 달라졌고, 이걸 보니 이제야 적응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
먼저 이전에는 거실 자기 자리 한편에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았던 오월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왔다 갔다 할 때 따라다니는 횟수도 늘었고, 내가 출근한 다음에도 이 방 저 방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온 지 얼마 안 되어 내 침대 방에는 자주 들어갔다가 발을 한번 다친 이후로 잘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화장실을 포함해 모든 방을 구석구석 다니기도 한다 (건식 화장실이라서 평소에는 물기가 없긴 하다).
이번 주 중에 하루는 퇴근을 할 무렵 급식기 기록을 보는데 밥을 먹지 않은 걸 뒤늦게 보게 되었고, 펫캠 기록을 보니 12시에 방 쪽으로 간 뒤에 아예 움직임이 없었다. 조급한 마음에 최대한 빠르게 퇴근해서 보니, 오월이가 약 8시간이나 옷방에 갇혀 있었다. 방 문 뒤쪽으로 들어가서 들쑤시지 않는 이상 방 문이 닫히기 어려운 구조였는데, 아마 안쪽에 있던 공간을 들여다본 모양이었다. 몇 시간 내내 갇혀 있다가 나왔기 때문에 그 방에는 가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에도 꾸준히 그 방에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엄마는 자기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난 사실 그럴 생각이 별로 없었고, 오월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엄마 침대에 올라가서 블라인드를 치는 것이다 (그냥 진짜 계속 건든다). 주로 내가 출근 준비할 때 그렇게 논다. 자기가 졸린데 내가 거실에서 시끄럽게 하면 날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내 방으로 가서 한숨 자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달라진 건, 화장실 청소할 때다. 첫날에 오월이는 날 따라다니다가 내가 화장실을 청소하려고 하자 쑥스러워하며 멀리 가버렸다. 그 뒤로도 뭘 잘하다가도 화장실 청소를 할 때에는 약간의 내외를 했었다. 그러던 오월이가 시간이 지나며, 청소할 때 조금씩 다가오더니 하루는 옆에 앉아 내내 지켜봤다. 그리고 요 며칠은 내가 청소할 때에 화장실 사용을 했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내가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 덕분에 삽을 들고 멀거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오월이가 당당히 볼 일을 보고 나가고 난 뒤에야 청소를 재개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첫날에 멎쩍어했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그리고 오월이의 철퍼덕 눕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래도 자신의 스크래쳐 위에서 주로 누워있었다면 최근에는 아무 데나 바닥에 철퍼덕 누워있고, 두 번 정도였지만 배를 까고 눕는 모습도 보았다.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이런 모습을 보니, 이전에 내가 적응했다고 믿었던 순간에는 적응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걸 깨달은 지금도 오월이가 완전히 편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월이도 고양이인지라 그동안의 긴장을 안 보이려고 했던 것 같고, 나는 나대로 '보통 그렇다'는 걸 그대로 믿은 것 같다. 그래도 오월이가 이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집에 있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즐겁다. 앞으로는 좀 더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를 깨물려고 하는 비중도 커져서 그건 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