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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냥반 오월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

by sinn Feb 24. 2025

오월이는 도통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하루 종일 누워서 자고 그루밍만 한다고 하지만, 사냥놀이마저 잘 안 하고 사냥놀이 이외에는 잠만 자서 걱정이었다. 캣타워를 설치하러 오신 분도 1살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냐고 하시더니, '냥반'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캣타워를 잘 안 쓸 수도 있다고도...


하지만 오월이는 이번 주에 꽤 움직였다.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키티보잉스.

다른 제품 사면서 무배를 채우기 위해 세일 제품을 보던 중에 발견했다 (왜 그전에는 몰랐는지!)


키티보잉스가 다른 데로 간 줄 알고 들여다보는 오월이키티보잉스가 다른 데로 간 줄 알고 들여다보는 오월이

막상 배송이 온 날에는, 무슨 이상한 길쭉이 12개가 와서 뭐지 싶었다. 솔직히 제품페이지에 있는 대로 모양을 내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오월이도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어서 쳐다보는데, 몇 번 앞으로 굴려주자, 갑자기 툭 치더니 이걸로 축구를 하듯이 차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제발 오월이가 많이 움직이길 바랐던 나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첫날에는 잠도 자지 않으면서 이걸로 놀려고 했다 (물론 불을 끄자 잠 자기 시작했다). 지금은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졸리거나 배 고플 때 빼고는 곧잘 가지고 논다. 

키티보잉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대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월이도 가지고 놀다가 계속 다른 데로 이동하게 되는 것 같다. 툭 튀어 오를 때에는 항상 저 멀리 도망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만큼 엄청나게 사라진다. 지금은 처음 산 12개 중에 5개만 남아있다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 청소하다가 보면 정말 엉뚱한 데에서 발견되기도 해서 즐겁기도 하지만, 몇 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TV장 밑에 있어서 꺼내달라는 엉덩이를 보이는 오월이TV장 밑에 있어서 꺼내달라는 엉덩이를 보이는 오월이

제발 오월이가 냉장고 앞에서는 가지고 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오월이의 최애 장소 중에 하나라서 냉장고 앞이나 TV장 앞에서 계속하고 갖고 놀다가 그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게 잃어버리면 나는 효자손, 옷걸이 등을 가지고  꺼내 줘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키티보잉스는 오월이뿐만 아니라 나도 변화시켰다. 나는 사실 냉장고 밑을 청소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거의 몇 년에 한 번 냉장고를 들어내고 청소기를 한 번씩 미는 정도인데, 물론 자의로 하는 건 아니다), 이걸 꺼낼 때마다 먼지가 같이 따라 나와 오월이가 숨 쉬는 데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난생처음 '냉장고 밑 청소법'을 검색하여 다이소에서 틈새 먼지떨이를 사 왔다. 지금은 냉장고 밑을 계속 쓸어대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 밑에도 없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는 키티보잉스가 7개나 된다. 예전에 해리포터를 보면서 순간 이동 마법이 제일 부러웠는데, 이제는 아씨오도 부럽다. 하지만 난 머글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키티보잉스를 대량으로 주문했다. 이때 대형도 있어서 한 세트만 사 보았는데 (양모공을 보니 오월이는 큰걸 좋아하지 않는다) 작은 것만큼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꽤 가지고 논다. 큰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냉장고 밑에는 일단 안 들어간다는 것이고, 눈에 잘 띄어서 아직은 1개로 잘 버티고 있다는(이틀 째) 점도 두 번째 장점이다.


사실 이렇게 대량으로 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 잃어버려도 좋으니 오월이가 많이 뛰어다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야 네가 원하는 대로 먹을 것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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