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는 도통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하루 종일 누워서 자고 그루밍만 한다고 하지만, 사냥놀이마저 잘 안 하고 사냥놀이 이외에는 잠만 자서 걱정이었다. 캣타워를 설치하러 오신 분도 1살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냐고 하시더니, '냥반'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캣타워를 잘 안 쓸 수도 있다고도...
하지만 오월이는 이번 주에 꽤 움직였다.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키티보잉스.
다른 제품 사면서 무배를 채우기 위해 세일 제품을 보던 중에 발견했다 (왜 그전에는 몰랐는지!)
막상 배송이 온 날에는, 무슨 이상한 길쭉이 12개가 와서 뭐지 싶었다. 솔직히 제품페이지에 있는 대로 모양을 내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오월이도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어서 쳐다보는데, 몇 번 앞으로 굴려주자, 갑자기 툭 치더니 이걸로 축구를 하듯이 차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제발 오월이가 많이 움직이길 바랐던 나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심지어 첫날에는 잠도 자지 않으면서 이걸로 놀려고 했다 (물론 불을 끄자 잠 자기 시작했다). 지금은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졸리거나 배 고플 때 빼고는 곧잘 가지고 논다.
키티보잉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대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월이도 가지고 놀다가 계속 다른 데로 이동하게 되는 것 같다. 툭 튀어 오를 때에는 항상 저 멀리 도망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만큼 엄청나게 사라진다. 지금은 처음 산 12개 중에 5개만 남아있다 (일주일이 채 안 되었는데). 청소하다가 보면 정말 엉뚱한 데에서 발견되기도 해서 즐겁기도 하지만, 몇 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발 오월이가 냉장고 앞에서는 가지고 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오월이의 최애 장소 중에 하나라서 냉장고 앞이나 TV장 앞에서 계속하고 갖고 놀다가 그 안에 있는 걸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게 잃어버리면 나는 효자손, 옷걸이 등을 가지고 꺼내 줘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키티보잉스는 오월이뿐만 아니라 나도 변화시켰다. 나는 사실 냉장고 밑을 청소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거의 몇 년에 한 번 냉장고를 들어내고 청소기를 한 번씩 미는 정도인데, 물론 자의로 하는 건 아니다), 이걸 꺼낼 때마다 먼지가 같이 따라 나와 오월이가 숨 쉬는 데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난생처음 '냉장고 밑 청소법'을 검색하여 다이소에서 틈새 먼지떨이를 사 왔다. 지금은 냉장고 밑을 계속 쓸어대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 밑에도 없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없는 키티보잉스가 7개나 된다. 예전에 해리포터를 보면서 순간 이동 마법이 제일 부러웠는데, 이제는 아씨오도 부럽다. 하지만 난 머글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키티보잉스를 대량으로 주문했다. 이때 대형도 있어서 한 세트만 사 보았는데 (양모공을 보니 오월이는 큰걸 좋아하지 않는다) 작은 것만큼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꽤 가지고 논다. 큰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냉장고 밑에는 일단 안 들어간다는 것이고, 눈에 잘 띄어서 아직은 1개로 잘 버티고 있다는(이틀 째) 점도 두 번째 장점이다.
사실 이렇게 대량으로 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 잃어버려도 좋으니 오월이가 많이 뛰어다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야 네가 원하는 대로 먹을 것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