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토로했지만 나는 사냥 놀이를 잘 못 한다. 사실 사냥 놀이도 걱정이 되어 오월이가 오기 전에 많은 동영상을 봤었는데, 현재로선 그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그런 팁들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월이에게 굉장히 맞지 않았던 선택이었다.
일단 모든 수의사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고양이는 배고플 때 사냥을 한다'는 전제가 오월이에게 맞지 않는다. 오월이는 생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부터 마을에서 귀여움으로 먹고 살았던 걸로 추정되는 터라, 지금도 배가 고프면 나에게 와서 애교를 부리지 사냥을 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배가 너무 고플 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배고플 때에는 밥을 먼저 주고 그루밍을 간단하게 한 뒤에 사냥을 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좋다. 물론 끝나고 포상 개념으로 건사료를 한 두 알 정도 주긴 하는데 그것도 그냥 '끝났으니 받아먹는다'수준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좀 엉키긴 했지만 최근에는 밥을 먼저 주고 사냥 놀이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 또 잘못 알았던 것은, 매일 일정 시간에 놀아주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매일 그 시간대에 놀아주지 못하면 아예 안 노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오월이에게 그다지 맞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 나는 주말에도 안 놀아주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그때에도 잠깐씩만 놀아주고 외면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월이도 나름 내가 재택을 하는 날, 출근을 하는 날, 그리고 쉬는 날을 구분할 줄 안다. 재택할 때에는 놀아달라고 하기보다는 무릎에 올라와서 있기를 원하고, 쉬는 날에는 좀더 놀아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더 보니, 주말과 평일의 루틴을 조금 다르게 셋팅해도 된다는 말도 뒤늦게 찾았다. 그래서 지금은 주말에는 한두 번 더 놀고, 놀이 시간도 조금 더 길게 가져가고 있다.
그 다음에는 내가 제일 고심했던 사냥 놀이의 패턴인데, 이건 의외로 지인들을 집에 초대했더니 해소되었다. 시나리오를 짜서, 서서히 죽어가거나, 사냥감마다 행태(?)를 다르게 하는 등의 셋팅 따위가 필요없었다. 오월이는 그저 자신의 예상과 조금 다르게 움직이면 바로바로 반응을 한다. 15분 이상 오월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다 무시하고 그냥 사냥감을 흔드는 패턴을 수시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렇게 최근 며칠 간은 오월이를 하루에 세번 움직이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더 움직이려고 할 때도 많아서 공, 보잉스, 끈을 활용해서 더 뛰어다니게 만들기도 한다. 오월이가 오자마자 할 말이 굉장히 많고 변화도 많았는데 이제는 점차 안정기인지 비슷한 생활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