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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강제 다이어트 실패기

by sinn Jan 21. 2025

이건 정말 내가 멍청하고 욕을 먹을만한 이야기다. 


오월이는 사실 근래에 살이 많이 쪘다. 임보자님께서 무리 없이 입혀주신 옷도 안 맞고, 몸무게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듯했다. 이러다가 뚱냥이가 되면 아플 수 있다는 말에 지레 겁이 났다. 기존에 하루 80g 이상 주셨다는 임보자님의 말에 따라, 처음 며칠은 80g, 그 뒤에는 조금씩 양을 줄여갔다. 고양이의 적정 칼로리를 계산하니, 오월이가 보통 고양이만큼 움직이는 거라 하더라도, 260kcal 정도로 맞추어야 했고, 그러자면 당시 먹던 사료를 기준으로는 약 70g으로 줄여야 했던 것이다 (간식을 고려하여). 70-75g으로 줄여서 며칠 정도 급여를 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오월이는 배고파했다. 봉지 소리가 나면 바로 달려와서 자기 밥인지 쳐다봤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도 않다). 사냥놀이는 하지만 점점 더 누워서 하고 그럼 나는 더 양을 줄여야 하나 걱정을 할 무렵이었는데, 오월이의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배변 실수를 했고, 그다음 날은 토했다. 토하고 배고프지만 내가 또 안 준다고 생각했는지 또 그걸 먹으려고 해서 그날은 정말 많이 울면서 사과를 했다. 내 딴에는 천천히 양을 줄인다고 했는데 그게 오월이에겐 아니었던 것이다. 


자동급여기도 더 알아볼고 g이 정확하게 조절되는 걸로 살걸 그랬다고 자책했다. 5g 단위이다 보니 내가 퇴근하고 맞춰주었어야 했는데, 사냥 놀이를 누워서 한다고 그냥 두었던 것도 후회가 되었다. 나도 강박관념 속에서 자라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 자그마한 몸으로 나의 무지를 오로지 견뎌내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오월이는 토한 먹었던 간식조차, 그렇게 좋아하던 것조차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이전에 이미 주문했던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료 샘플을 주었다. 처음에는 잘 먹었지만 다음날 오전에 이미 밥을 먹지 않고 나를 깨웠다. 위에 트릿을 뿌려줘도 먹지 않았다. 당장 사료를 다시 주문했다. 오월이가 양껏 먹으려면 칼로리라도 조금 낮아야 할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처음에 테스트 용으로 3g 정도는 잘 먹길래 안심했지만 다시 먹지 않았다. 엊그제 박람회에서 사 온 사료 샘플들이 아니었으면 오월이는 하루 굶을 뻔했다. 


사실 지금도 고민이다. 일단 오월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수적인데, 어떻게 하면 사료를 적절하게 먹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솔직히는, 사실 나는 오월이가 지금 수준만 유지한다면 굳이 살을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옷이 안 맞아도 상관없으니 컨디션 좋은 날처럼 많이 뛰고 사냥도 열심히 하고 그루밍도 정성스럽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분간은 조금이라도 칼로리가 낮으면서 오월이가 좋아할 만한 사료들을 찾아볼 예정이다. 



나의 급한 성격과 강박이 다른 존재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면서,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들쑥날쑥한 사료량과 사료 종류 때문에 더 아리송했을 것 같아 너무나도 미안하다. 뭐라고 말을 해도 요 며칠 받았을 스트레스를 갚을 길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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