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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May 25. 2020

당신을 모릅니다.

지금 앞에 있는 당신을 만납니다.

상담의 13가지 각 이론을 샅샅이 공부해서 각 이론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을 도우려 하는지 공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 현장과 실습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이론을 선택해 더욱 수련의 기간을 거친다.


한 가지의 이론만으론 때론 부족하여 여러 이론을 통합하며 내담자에게 가장 우수하고 최적의 방향과 기법들을 연구해보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는 상담자에게 꼭 필요하다.


몇 년의 수련기간을 거쳤든 어떤 이론을 신봉(?)하든 간에 내 앞에 앉은 이에 대한 상담자의 태도는


"나는 당신을 잘 모릅니다."이다.


50분도 안 되는 시간 중 내담자가 꺼낸 몇 가지 문장들로 그 사람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는 기법도 이론도 없다. 때려 맞추는  건 가능해도 때려 맞아 고통스러워 할 수 있음을 신중해야 한다.


신을 모른다는 태도는 우리를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갖게 만든다. 당장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조급함의 미숙함도 잠시 놔두고 내담자가 그간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알 수 있는 신발을 신어보겠다는 자세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 느끼며 함께 그 길을 걸어보며 잠시나마 그 길 속에서 버려지지 않고 죽지 않고 여기까지 찾아온 내담자의 삶에 애씀과 애도를 표하며 우리는 그의 발을 닦아주는 이일 것이다. 이 시간이 충분하다면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어떤 걸음으로 걷고 싶은지 함께 탐색하면 그뿐이다. 새 신을 신고 제 길을 걸어가는 내담자를 떠나보내면 어느새 우리 자신도 한 걸음만큼 스스로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감히 몇 개의 지식으로 당신을 재단하지 않겠다. 당신이 걸어온 신발을 신어보겠다는 태도. 그것이 많은 이의 숨을 틔게 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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