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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Aug 24. 2020

미움 : 강렬하지만 약한 마음

미울수록 약해지는 나 자신을 돌보며

미워하는 마음만큼 또렷하고 선명한 특징을 가진 감정도 없다. 학창 시절의 첫사랑 선생님도, 이성도 처음과 초기에 타오르는 강렬함은 곧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 초기의 강렬한 인상은 사라지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아프게 하면서도 강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미움은 강렬하다. 또렷이 상대 얼굴이 떠오르고 칼춤을 춰야 끝날 듯한 아슬아슬한 감정이 떠오른다. 10년 전 일도, 1년 전 일도 마치 방금 전 일어난 것처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미움의 특징일 것이다.


미움을 좀 더 풀어 말한다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데 나아가 그냥 망했으면 좋겠고, 내게 한 짓을 떠올리면 더 큰 일을 당해서 아주 개망신에 빈털터리의 경험도 얻었으면 좋겠고, 아직도 과거 겪은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아 따지고 싶지만 또 이제 와서 굳이 따지기도 뭐한... 복잡다단한 마음이 켜켜이 쌓여있는 것이리라. 굳이 뭐라 하기 어렵지만 그 상대를 떠올리면 갑자기 현재 기분이 다운되고 유쾌하지 않은 마음이 미움이지 않을까 싶다.


'도저히 용서하지 못함' 정도까지 간다면 마음에는 큰 생채기가 나있을 가능성도 크겠다. 이런 마음이 지속된다면 어쩌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관계의 상호작용에 여러 불안의 신호들이 감지될 수도 있겠다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마음이 닫혀버렸다면 상담이나 평온의 시간을 갖기를 조속히 바란다.


이 글은 미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상대를 용서하는 것에 대한 거룩한 글은 아니다. 다만, 미움이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를 알리기 위해 쓰는 글이다. 강렬한 태양을 잠깐 바라보면 눈이 부시지만 계속 바라보면 아주 잠시 시력을 잃는다. 눈에 상처가 난다. 미움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보면, 우리의 시간과 시선은 그때에 멈추게 된다. 현재 흐르는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고 마주칠 따듯한 시선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미움이 더 커져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고 말이다.



첫 번째로
용서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내게 미움의 감정은 사라졌지만 책임에 대한 분명한 요구적 태도만 남게 된 명언이다.

용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상대가 반성하지 않고 잘못을 짚지 않고 간과하고 넘어가게 될 거라는 두려움과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의 억울함과 슬픔의 감정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애도의 아쉬움 등이 섞여있다.


감정의 주인은 곧 우리 자신이 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과 미워하는 감정을 분리해볼 수 있다. 미워해도 괜찮지만 그 마음으로 인해 현재의 즐거움과 주변의 따듯한 시선들을 놓친다면, 무한한 내 안의 가능성들을 파괴하는 데 까지 쓴다면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미움은 분노를 품고 복수를 잉태한다. 잉태되지 않는 복수는 마음의 화로 남아 자신을 태운다. 태우지 못해 타버린 슬픈 자화상들의 눈물을 닦아내는 일을 할 때면, 시간이 지날수록 용서하지 못하는 스스로로 인해 힘들어하는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지금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고 즐거운 일을 갖지 못해도 상관없다.  다만, 그 마음에 삼켜지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하자. 미움을 떠올리고 바라보고 살펴보아도 좋지만 미움 말고도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강렬하지 않아도 잔잔한 일상의 것들을 바라보자. 그렇게 강해진다면 미움의 대상이 나보다 약한지 강한지 바라보자. 내가 강해졌다면, 이미 그를 이긴 것이리라. 아직 약해있다면 다시 또 우리 주변의 즐거운 것들과 시간을 보내자.


용서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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