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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있는 무대 Jan 03. 2021

[임신 8주 차] 아내가 임신했다.

아내의 임신, 공감 못하는 상담사 남편


'아기 가지면 너는 아내에게 참 잘할 거야.'



임신을 준비한다는 우리 부부의 말에 지인들은 하나같이 나를 보면서 얘기했다. 아내가 임신하면 잘 챙겨줄 것이라고. 그도 그런 것이 평소 관계, 감정, 발달, 성장, 타인에 대한 이해 주제를 갖고 강의나 교육현장뿐만 아니라 지인들 만나는 자리에서도 주야장천 했으니 그리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웬걸.


아내 임신 5주 차임을 확인했던 12월 15일 즈음 이후로 우리 둘은 서로 기뻐함을 나눈지도 1주일이 지나자 아내는 입덧을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어메이징 한 입덧이.


임신한 여성이 6~ 16주 차까지는 심한 입덧을 한다는 데 내 아내도 심한 측에 속할 것이다. 냄새에 민감하고 음식은 뱃속에 들어간 지 30분 만에 화장실로 이동되니 말이다.


임신 관련 다양한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정보를 읽고 유튜브로 부랴부랴 산부인과 의사들의 정보들을 빠짐없이 시청한다. 입덧 완화에 좋다는 탄산수 구비, 마사지 등을 해줘도 아내의 힘듦과 비례하는 짜증은 연일 상한가를 솟구친다.


따듯한 위로나 격려, 그녀를 위한 지지도 다 필요 없다. 신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불편해질 요소를 다 제거해주는 일이다. 냄새나는 음식을 치워주는 것. 아내가 짜증을 내면 같이 짜증 내지 않고 이해와 이해를 하도록 노력하는 것. 그 와중에 먹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면 잽싸게 사 오는 것 등이다.


상담사로 일을 하든 성직에 일을 하든 장사를 하든 아내를 위한 길은 남편의 여럿 말보다 행동임을 깨닫는다.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게 해 주고 미래에 대한 불안의 말들을 하지 않는 일이다.


이는 아무리 계획하고 준비된 출산 계획이더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내의 짜증은 이전과는 다른 밀도의 짜증이니 말이다.


남자들은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편히, 가만히 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입덧하는 아내는 아침부터 밤까지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그리고 자는 중에도 잠 못 드는 밤을 보낸다.


아기를 보호하고 산모를 보호하는 일은 군생활에 국가를 지키는 일보다 더 고귀함을 느낀다. 밤 중에 깨어 아내를 살피고 식사시간 외에도 아내의 식사를 챙겨 무탈하도록 도와도 부족하다.


잘해줘도 짜증 내는 아내를 보며 서운하고 짜증도 나긴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아내다. 그리고 자라고 있는 아가도 있다. 지켜야 하는 숙명을 가진 남자들은 이제야 제 역할을 찾는 것도 같다.


아내가 힘겨워 먼저 침대에 눕는다. 나의 코골이로 아내가 잠을 설칠까 먼저 재우고 밖에서 기다리며 글을 쓴다. 조금 늦게 자도 아기와 아내가 편안하다면 불침번 서듯 피곤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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