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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Mar 08. 2019

잘하는 것보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이 더 낫다

호흡명상의 시작  

매일매일 호흡명상을 하는 시간을 이어가기로 했다. 무언갈 꾸준히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은연중에 늘 자책하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그렇지, 하는. 그 생각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자존감을 깎아먹고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상과 목표가 높고, 늘 그걸 한 번에 이루고 싶던 나는 며칠 해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무늘보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 안에 바로 원인이 있었나 보다. 


"잘하는 것보다, 

(기분이 안 좋아도, 비가 와도, 컨디션이 나쁠 때에도) 그냥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 수업 중에 들은 이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잘 안 됐을 때의 나를 질책하며, 나는 왜 못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걸까, 이런 고민 속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된다. 잘하려는 생각을 내려놓아보기, 피곤해도, 바깥 소음이 시끄러워도, 뭔가 화가 나고 분노가 올라와도 하려던 걸, 가려던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겐 정말 그게 필요했다. 


명상의 첫 단계로 호흡명상을 배우며, 스승은 명상은 삶의 살아가는 방식을 연습하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아 오늘은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네, 하는 날. 난 그런 날이 참 많기도 했는데, 그러면 하루 종일 난 기분이 안 좋아, 하고는 뾰로통하게 하루를 보냈다. 이날이 어서 지나가길 한껏 웅크려있었고, 나아지려는 노력보다는 왜 이런 거지, 그 속에서 헤매며 그 감정을 붙잡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붙잡을수록 점점 커지게 되어있다고. 


하지만 명상을 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사는 삶의 태도를 배워가는 거다. 몸이 피곤하면 피곤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는 거다. 어떤 상태이든 그 상태로 지내는 방법을 안다면, 세상에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일들 속에서 내 나름의 속도와 걸음걸이로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힘들 땐 느리게 힘이 넘칠 땐 좀 더 빨리 걸으면 그만인 거다. 


같은 이유로 명상도 매일 어떤 상황이든 해보는 연습을 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그런 채로, 마음이 들뜬 날에도 그런대로, 명상하다 간지러운 곳이 있으면 간지럽구나 느끼고 그 채로, 조금 긁은 후 다시 집중하던 곳으로 돌아와 그 채로, 여러 상황 속에서 집중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명상의 첫걸음 : 호흡명상  

명상의 방법은 알면 알수록 많은 방법이 있더라, 가장 기초적이자 잘 알려진 호흡명상은 한 호흡 한 호흡, 들이쉬고 내쉬는 내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명상 방법. 요령은 간단하지만 경험치를 쌓기 좋은 명상법이다. 


머릿속 생각은 한 곳에 가만있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이 본래의 특성이라고. 때문에 집중력을 붙잡고 있지 않고 가만 놔두면, 생각은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되어있다.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쉴 새 없이 옮겨 앉는 새들처럼 움직인다. 호흡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한 번에 하나의 사고 작용만 하기 때문에 한곳에 집중할 경우, 다른 생각을 자연스레 멈추게 되어있다. 

호흡에 집중해보는 것. 호흡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코나 배 주변의 감각을 느끼는 것으로 집중력을 모은다. 나는 '집중한다'는 것을 '감각을 느낀다'로 배웠는데, 참 쉽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코 끝, 코 주변부의 차거나 따뜻한 감각, 바람이 스치는 느낌 등을 느낀다. 배꼽 주위로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느낌이나, 배고픔, 배에 닿는 느낌 등을 느끼는 것, 집중하는 것. 


처음엔 5분씩 끊어하다 점차 10분 15분 20분, 시간을 늘려간다. 한번 명상 시, 코나 배 둘 중 한 곳을 선택해 한곳에 집중하고, 중간에 집중할 곳을 바꾸지 않는다.  들이쉬는 숨에 한번, 내쉬는 숨에 한번, 매번 집중하며, 한 번의 호흡마다 매 순간이 같지 않다는 걸, 알아챈다. 


장애물 : 잠이 오거나, 딴생각이 나거나. 

나는 잠에 잘 빠지지는 않는데, 딴생각이 정말 많이 난다. 스승은 늘 당연한 거라 얘기한다. 생각을 한 걸 알아차린 후 호흡으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 그게 호흡명상의 방법이다. 코나 배, 내가 정한 신체부위를 마치 집인 것처럼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 된다. 

처음에는 아예 딴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정말 그랬다. 멍하니 헤매다 명상이 끝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릴 때도 있다. 점차 어떤 생각을 했구나, 인지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배울 것, 


-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 내가 어떻게 잠에 빠지는지, 

- 내가 주의력을 기울여 무얼 보고, 무얼 듣는 건지, 

- 내가 생각할 때 나의 주의력은 어떤 상태를 경험하는지, 


내 사고 작용을 알아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 호흡 명상의 목적 중 하나이다. 잠이 오면 잠이 깰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찾아뒀다 하나씩 해보며, 잠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간다. 집중할 곳을 잃으면 잠이 오는 거라고, 한다. 점심에 뭘 먹었지, 생각해도 잠이 깨고, 몸을 움직여도 잠이 깨고, 감았던 눈을 떠도 잠이 깬다.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집중하는 거다. 


의문이 든다 :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호흡이 너무 짧은데, 숨을 일부러 크게,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아아 가만 앉으니 어디가 아픈데, 움직여도 되는 걸까, 중간에 눈을 떠도 되는 걸까, 지금 떠오른 이 생각, 까먹으면 안 되는데, 적어놓을까, 등등 나도 참 많은 의문이 들었었다. 처음에는 이 하나하나 아아 맞게 하는 건가, 잘하는 건가, 싶지만, 그런 건 없었다. 맞고 틀리고, 잘하고 못하고, 명상에서 조차 그걸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었다. 지나고 보면, 아 저런 것까지 질문을 했구나, 부끄러워지는 것들이 생겼다. 


호흡에 집중했다, 딴생각을 하고 호흡으로 집중하고, 또 다른 곳으로 간 집중력을 호흡으로 데려오고, 

그 과정이 명상이었다. 집중하는 것. 이렇게 했다 집중해보고, 저렇게도 집중해보고, 경험을 쌓으면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집중하기 팁 : 호흡 조절 

대신, 집중력을 외부의 더 큰 자극에 빼앗기는 경우라면 일부러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길게 내뱉으며 집중 강도를 세게 해 보는 방법이 있다. 나 같은 경우, 호흡명상을 시작하면 늘 내 호흡이 굉장히 얕고 짧게 느껴져 몇 번 크게 호흡을 하고 시작한다. 딴생각이 너무 많이 날 때에는 크게 쉴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짧고 빠르게 호흡하면서 집중할 때도 있다. 


명상 자세도 궁금하다면, 

자세는 편하게 바닥이나 의자에 앉되, 너무 늘어지거나 경직되지 않도록 한다. 너무 기대거나 누운 자세는 분명 잠이 오고, 지나치게 힘을 주어 경직된 자세로 호흡하다 보면, 어지럽고 힘이 많이 든다. 간혹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어지럽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럼 너무 웅크리거나 어깨에 힘을 주고 뻣뻣한 자세로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면 좋다. 그런 경우, 일상생활에서도 엄청 긴장하고 지내는 걸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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