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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Jun 07. 2019

내 우울의 전환이 된 6가지 계기

그래도 한번 해봐요, 혹시 모르니까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글을 많이 접했어요, 

새로운 것들도 많이 알게 됐고요, 

우울과 긍정, (서로 상반되는 단어가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두 상태의 에너지를 양 끝에 두고 3단계로 아주 뭉뚱그려 나눠보자면, (굳이) 


우울(무기력, 에너지가 없는 상태)/ 하 - 중 - 상 /긍정(에너지가 높은 상태) 


저는 이제야 "중" 정도의 단계에 다다른 것 같고, 

그간 근 15년 넘는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 청소년기까지 포함하면, 더 되겠네요) 

"하"의 상태에서 

그래도 그나마 살아냈네요, 

정말 스스로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는 걸 절절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간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많은 타인에 대해 '이상한 사람들'이다, 나는 쿠크다스 멘탈일지언정, 내 기준은 지극히 정상이다, 라고 굳건히 믿으며 살아왔는데, 

요즘은 과거의 저를 돌아보며, 얼굴 붉히며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 시절, 나를 봤던 사람들은 

내가 참 이상했겠구나, 그런 나를, 눈 앞에서 손가락질하지 않고, 그래도 잘 품어주었구나, 오랫동안 만나준 사람들에게 감사할 때도 있구요.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미세하게 다르게 적용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도 중이라는 단계, 보통의 단계,라도 저는 좋은 단계라고 말하고 싶은데,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고(감정기복이 평탄한 날들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에서), 상으로 넘어가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중간 단계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에 비해 살기 편해요, 여러모로 편해요, 마음이 편해서인지 몸이 아픈 것도 확연히 줄었고, 왜 사는지 몰라서 당황스럽고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이젠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사는 게, 사는 거구나, 생각하면서 살만해졌달까, 아직 불쑥 불안할 때도 많지만, 이 정도면 살아볼 만할 것 같아요. 전에는 왜 사는지, 무언가 이유를 찾는 데 집착했고, 이유가 없어서 다시 씁쓸했고, 그러니 늘 우울했어요, 지금은 전에 비해 특별히 재밌지도, 특별히 의미 있지도 않지만 별일 없이 지나가는 단순한 하루하루가 편해요. 마음에 들어요. 


그간 심리학 분야의 책을 기웃거리고, 

우울증 치료 관련한 이야기를 찾아보며, 저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고, 그렇게 스스로 원인을 찾아가는 중에,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해보고 싶고, 아주 작은 의욕이나마 드는 걸 보며, 그래 이제는 나도 "중" 정도는 되는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도움이 된 순간들을 돌아봤고, 이것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제주도에서 처음 밤을 지새워보네요-길어졌다는..)



저의 첫 번째 계기는, 

(이건 의지대로 되는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결혼이었어요,

지금은 결혼 후 안정감을 찾았지만, 

결혼 직후에는 더 불안해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나의 자유의지를 꺾고, 살던 방식을 완전히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거의 1년간은 결혼 비추천인이었으니까요, 당연히 시댁의 모든 행동 역시 저에겐 버겁게 느껴졌고요, 


남편은 다행히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고, 약간이나마 우울한 감정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텨낸 것 같아요, 남편을 처음 만나고서는, 전 그간의 불행했던 인생을 한 번에 보상받는구나, 생각할 정도로 많이 위로받고, 사랑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법, 같은 못 배운 것들을 배웠습니다. 

남편은 이미 저보다 앞서 철학 서적들을 훑은 사람이었고, 왜 사는지 성찰해본 사람인 것 같아요, 가끔 말하는 게 부처 같을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남편이 백마 탄 왕자처럼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ㅎㅎㅎㅎ 늘 이상적이고 기준이 높았던 저는 외모도 제 취향도 멋대로 정하고, 까다롭게 굴었고, 명확한 기준 없이 뭐든 까다롭게 굴었던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연애 같은 건 못해봤고, 간신히 불구 같은 연애를 겪어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남자도 만났고, 말도 안 되는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걸 감당해내지도 못했던 걸 생각하면,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이거 식상하게 많이 나오는 말이라, 정말 싫지만, 

자기가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가 주는 사랑도 온전히 바르게 받아낼 수가 없더라고요. 

마음을 주고받는 게 가능하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그것도 배워야 아는 거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감추는 못난 연기력 하나는 뛰어난 저는 취향과 생각이 잘 맞는 남편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지만, (남편은 제가 이 정도로 우울한 사람인 줄 몰랐었다는..) 

결혼은 또 다른 문제였어요, 

처음 해보는 모든 것이 순탄하지가 않았어요 ㅎㅎㅎㅎ 또 다른 가족, 결혼식, 준비 과정들.. 

물론 요즘도 자주 싸우고, 제 마음이 한껏 좁아지는 시기라도 찾아오면, 어김없이 남편은 고통받지만, 결혼 준비 때는 말도 못 했죠. 

그래도 나를 그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삶의 방향을 어디로 끌고 나갈지 상의할 수 있는 조력자, (핵심은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만)를 만난다는 일은 큰 행운이었지요, 제 불안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는 저의 경우, 결혼이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남편까지 "하"의 구렁텅이로 자꾸 빠져서 안되겠더라구요, 

제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게 된 데에서 결혼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전환의 두 번째 계기는 상담을 받은 것, 

어느 순간 이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전반적인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게 결혼 생활을 위협했고, 

심리 문제와 그에 대한 학문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제 우울감이 타고난 기질이 아닐 수도 있단 걸 깨달았어요. 

저의 20대가 우울증으로 물들어 있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10대에도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추가됐습니다..) 

30대에는 많이 나아진 편이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의 시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쯤, 그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해왔지만, 

누구나 그렇듯 

일상적인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지 않는 이상

병원을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좋은 핑계처럼, 늘 그럴만한 시간이나 금전적,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요. 


그러던 중 저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가족 내 크게 싸운 일이 생겼어요, 부모님과 저, 언니 이렇게 네 명의 식구는 서로 건강하게 소통해본 적이 없는, 아주 표면적으로 가족같이 지내는, 분위기였어요, 한 번도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생일을 잊는다거나, 가볍게 서운할 수 있는 일을 겪어도 서로에게 내색하지 않고 지나갔죠, 그리고 모두 단 하나의 감정 "짜증"으로만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가 짜증을 내면 

외면, 차단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사이었어요. 

그날은 엄마의 생신,이었고, 출가한 두 딸이 함께 모인 가족 저녁 식사에서 

부모와 어린 조카를 앞에 두고 언니와 저는 울고 불고 크게 소리치며, 서로 서운한 것을 앞세우며, 크게 싸웠습니다. 곪았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어요. 


그날 이후, 

전 언니에 대한 감정으로 너무 힘이 들었고, 

언니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언니도 저만큼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거였지요) 

그래서 상담을 받기로 결심을 했죠, 

결정적인 상담 결심이 처음은 제 문제가 아닌, 언니 때문이었다는 아이러니함. 


헌데 그 전부터도 '유럽이나 미국에 주치의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한 사람의 전반적인 정신과 신체 모두를 진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정신과 상담 역시 현대인에게 보편화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다지며 살아온 저 조차 막상 '정신과'라는 병원을 찾아가 보려니, 막막하고 무섭기도 하고, 마음이 쉽지 않더군요. 


지인에게 딱히 소개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자니 의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큰 맘먹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맘에 들지 않아, 말문이 막히면 어쩌지, 또 가격은 대체 어느 정도까지 생각해야 하는 건지, 다들 기록에 남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상태가 아니고서야 안 간다던데, 이런저런 생각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마음먹고 보니, 거리만 걸어도 심리치료, 상담, 정신과 같은 간판이 눈에 잘 띄더라고요,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래도 어느 하나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제가 찾은 곳은 당시 홍대입구 근처에 있던 

꽤 특이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1차 의원이었습니다. "동네 병원"을 추구하는 그곳은 무슨 내용의 진료를 받든 기본 15분, 30분 단위로 의사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저는 몸 이곳저곳 늘 종합병원인 상태여서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거의 모든 병원이 30분 기다려 의사를 만나면, 채 5분도 안되어 진찰이 끝나는 상황에 꽤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병원의 콘셉트의 보고는 꽤 흥미로웠지요, 그곳에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예약을 했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곳을 다니면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후기를 쓰지면, 그것만으로 길어질 것 같아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해본 적 없는 이야기들을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내보았습니다. 첫날은 많이 어려웠어요, 선생님 앞에서 많이 울었고, 우느라 얘기를 못하는 동안 시간이 지나는 게 아까워서 울음 사이로 꾸역꾸역 말을 뱉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 이어진 상담에서 전문가는 생각보다 많은 피드백을 주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단 한 문장, 제 말을 귀담아듣고 해주는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그다음 상담 때까지 오래 생각했고, 그게 각 문제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도와줬어요, 그리고 다음 상담에 가서 할 말들을 정리하면서 또 한 번 제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저에게 중요한 계기였어요. 




세 번째는 '여유'에요, 

금전적 여유, 시간적 여유 모두, 그래야 전반적인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까요. 

늘 돈에 쫓겼고, 늘 대출 이자를 내는 상황이었지요, 그것도 개인적으로 쓴 돈이 아니었고, 가족 전체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저는 무기력했어요, 액수가 얼마건, 돈을 벌지 않으면 당장 이자를 낼 수 없다는 건, 어떤 상황에서건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건 마음을 어마어마하게 짓눌렀지요, 전 늘 회사 다니는 게 힘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만 두지 못하고 끙끙댈 수밖에 없었고, 대출 문제가 한 번씩 정리될 때마다 퇴사를 하며, 그나마 숨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나마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거나 프리랜서를 하며,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도 사회생활을 버텨낸 것이, 지금의 상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됐다면, 전 집에 머물렀을 테고, 그러면 또 달라졌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보다 좋은 상황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해 마침내 집안을 대표해 떠안고 있던 대출 문제가 해결됐고, 완전히 퇴사를 했습니다. 

마감이 없어본 생활을 12~13년 만에 처음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있답니다. 전 제가 원래 짜증이 많고, 나이가 드니 화가 많아지는구나, 어쩔 수 없나 봐, 생각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시간 여유가 없어서였더라고요, 갚아야 할 돈 없고, 마감이 사라지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저는 전에 비해 삶의 퀄리티가 말도 못 하게 높아졌어요. 책도 읽게 되고, 공부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우울증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되고요, 시간 나면 잠만 잤고, 뭘 흡수할 여력이 없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참 못나게도 태어났다, 싶었는데, 새로운 저를 발견하면서 가끔씩 좀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고 그런 요즘이에요. 



네 번째는, 미니멀리스트. 

많은 걸 버렸어요, 

감사하게도 여행 다니면서 최소한의 것으로 산다는 게 가능한 동시에 삶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는 걸,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걸, 제가 가진 많은 것이 불필요하고 과하다는 걸, 아주 잘 알게 됐어요, 

정말 못 버리는 성격이었던 저는 대학생 때부터 모은 다이어리, 여행 가서 가져온 지하철 티켓까지 다 쌓아두기만 했었고, 그게 잘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라는 걸 알았죠, 왜 집착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고..

미니멀리스트 관련 서적을 보면서 버리는 연습을 했어요. 팁은 다음에 남겨볼게요. 


독립하면서 한번, 결혼하면서 또 한 번, 이사할 때마다, 발리 가면서, 그리고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비우면서 인생이 정리되는 걸 느꼈어요, 

가진 걸, 관리해야 하는 걸, 집착하는 것들을, 

인간관계이건, 소지품이건, 냉장고 속 음식물이건, 

비워야 한다는 것, 

그래야 채울 힘이 생긴다는 게 경험해보니 정말입니다. 

정말 매 순간 많이 느껴요. 



마지막으로는 꾸준한 심리 공부, 그리고 명상. 

얼마 전 읽은 책에 인간관계에 잦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가를 찾을 수 없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집밥 같은 자기 치유 방법, 힘이 있어야 한다고 쓰여있던 게 마음에 남아요. 계속 배우고 성찰해 나가야 해요.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게, 명상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는 방법이구나,를 매번 절감해요, 책에서 하라는 방법,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따라가 보면, 그게 명상이에요. 

명상을 너무 고루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명상을 전문적으로 배워야만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혼자 시도하기보다는 센터에 가서 수업을 들으며 시작했는데, 

단순한 원리만 알면 집에서 5분, 10분 할 수 있는 명상도 정말 도움이 된다고 느껴요, 

저도 마음이 많이 가라앉는 날이면, 무조건 앉아 명상을 하게 됐어요,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배 아프면 자연스럽게 약을 한 알 먹듯이, 

전에 배 아팠을 때, 그 약 먹었더니 괜찮아지더라, 경험해 봤으면 그 약 고민 안 하고 먹는 것처럼, 

이제 명상이 그래요, 

한 때는 명상하면 막 빛 보고, 무아에 빠져들고, 그런 동경 때문에 그런 체험 해보고 싶어서 명상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경쟁하듯이 서로 그런 경험을 했다고 내세우며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명상에 좀 질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뭐든 그 한 분야에 얽히고설키면 그렇게 되는 거구나, 아득해졌었어요, 

그런데 가볍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처방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유익해요,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 중 하나예요. 


아 마지막이라고 해놓고서는, 

하나 더 덧붙이면, 의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5-10분이라도 빠르게 걷는다거나, 나무나 강이나 자연을 가까이 두고, 걷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실내에서 스트레칭도 좋고, 요가도 좋고요, 춤추면 더 좋고요! 

가볍게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의도적으로 신체를 움직여줘요. 

어느 날 으쌰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날, 재빨리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말고 그냥 움직여보세요,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요새 엄청 콘텐츠가 많이 나오니, 그것만 보고 따라 해도 얼마든지 효과 있어요, 



제가 배운 명상 스승이 매번 가성비 좋은 방법을 찾아 써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찾아보면 의외로 가성비 좋은 방법이 꽤 많더라고요, 자기만의 방법을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적어도,  

우울증을 겪었던 다른 사람이 쓴 책 한 권 빌려 읽어봐도, 

위로되는 단 한 문장이라도 만나게 돼요. 


저도 완전 "하"인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랬으니까 그렇게, 10년 넘는 시간을 보냈겠죠, 

요샌 나이에 비해 참 아는 게 부족하구나 느껴요, 그게 다 아무것도 안 한, 최소한의 검색조차 안 해보고 살아온, 저의 10년 시간 때문이구나, 생각이 들면 한 켠으로 가슴 아프고, 스스로가 다시 짠하고 가엽게 느껴지고, 그 시간들이 아쉽고 그래요, 


그렇지만 요새는 "중"이어서 그런지, 그 시간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에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만들어 내고, 공부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 우울했던 시기 동안 겪었던 제 모든 문제들이 

어렵게만 여기던 심리학, 철학 서적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다른 이들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깊게 공감해 줄 수 있는 자양분이라 생각하면, 덜 아까워요, 아니 별로 아깝지 않을 때도 있고요, 경험이라는 게 사실 그런 토대를 만들어 주는 거니까요, 비록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요. 

뭐든 오래 걸리고, 뭐든 자신감 없어 쉽게 내세우지도 못하는 제가 그래도 나 이만큼 겪어냈어, 

말이라도 꺼낼 수 있는 건 

그간의 켜켜이 쌓인 시간과 겪었던 우울,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력한 발걸음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별로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도 깜박 속았어요, 

근데, 어지간히 잘 살고 싶었나 봐요(실제로 너무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만족 못해서 우울하기 쉽다고도 해요), 그래도 발버둥 쳐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렇게 적어두고 보니, 별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제 처음 우려와 달리, 

뭐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따라 하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괜히 글로 장황하게 적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어요, 

모든 상황마다 달라요, 정말 혼자 힘으로 헤어 나오기 어려운 단계, 약을 꼭 사용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요, 그냥 보기 몰라도 안 좋은 경우도 있어요, 그걸 알아채는 것부터가 순서인데.. 실제로 이상이 있건 없건 자신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는 것도 좋아요, 저도 처음 병원 갔을 때 물었는데, 제가 병원에 올 상태인지, 

"자기가 불편하면 도움받는 거고, 도움이 되면 또 오면 된다"

뭐 그리 바보 같은 질문을 하냐고 핀잔같이 들렸는데도, 그게 위로가 돼서 선생님이 엄청 차갑게 말하는 것 같았는데 병원에 편하게 자꾸 갔어요, 마음이 더 편해질 때까지



명상이나 춤추기나, 간단한 방법도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넌 그래도 이래 이래 하니까 그만큼이라도 했지, 나는 더 어떻기 때문에 안돼, 이래서 더 최악이야, 나는 불가능해,라고는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 되는 건 없어요, "중"으로 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조금만 노력해봐도, 

최악의 "하"에서는 나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최악의 하, 그거보다 더 나쁜 상황으로는 안 갈 테니, 조금만 마음을 짜내서, 한 걸음만, 아니 엄지발가락 하나만이라도 꼼지락 해봐요, 한번 믿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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