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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구의식 Jun 30. 2020

괴로움을 상대하는 수련법

마음챙김으로 상상하기, 그리고 홀드하기 

1

괴로움을 상대하는 다섯 가지 방법 


이 생은 하나의 시험이다. 오직 시험일 뿐이다. 

만일 이것이 실제 인생이었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뚜렷한 지시가 있었을 것이다. 

명심하라. 이 생은 오직 시험일 뿐이다. 


1. 놓아버리기 

2. 에너지 전환하기 

3. 치워두기

4. 마음챙김으로 상상하기 

5. 마음챙김으로 실행하기 


- <마음의 숲을 거닐다> 잭 콘필드 


이 책은 수행을 시작하면서 만난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한 페이지도 허투로 쓰인 내용이 없고, 

하나의 작은 챕터를 읽고 나면 바로 그 방법을 수행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만큼 글이 잘 쓰였고, 방법들도 다양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없다. 하나하나 시도해볼만하다. 

물론 한 두번의 시도로 수행이 완성될 수는 없겠지만. 늘 같은 방법으로 명상이나 수련을 하다보면, 

지루해서 멈춰버릴 때가 있다. 혼자할 수 밖에 없을 때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마음이 방황하고 있을 때, 갈 길을 잃은 것 같고, 어느 방향인지 모르겠을 때, 펼쳐보면 

언제나 무언가를 찾게 되는 길로 안내해준다. 

(괴로움은 수행의 좋은 조건이란 것도 새삼 일깨워준다) 


요즘 나는 축 처져있고, 자세히 보니 마음에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 년간 안 보고도 잘 살았던 점집까지 찾았다. 

이 상담은 일종의 전환이 되어서,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괴로움들이 들어차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 


어젯밤에도 갑자기 기분이 푹 상해버렸고, 

아침에 거실에 앉아 마음을 살펴보았다. 

도통 막막하기만 한 마음에 오랫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책갈피를 꽂아두었던 페이지를 펴서 '마음챙김으로 상상하기'를 읽어내려갔다. 

두 페이지 반 정도 되는 분량의 챕터에서 

나는 이미 반도 안 읽었을 때부터 어서 어서 이 방법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 수행에서는 그 감정을 상상 속에서 더욱 부풀려 그대로 표출하게 내버려둔다. 욕망의 경우, 우리는 그것을 온갖 형태로 변형하고 수없이 반복해서, 수백 수천 번이라도 최대한까지 충족하는 상상을 한다. 

(중략)

이 수련법은 우리가 자기 안의 에너지를 보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음, 이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이 분노가 얼마나 거대한지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 그 괴로운 문제들을 상상하면서 한번 그 극한까지 느껴보라. 극한까지 치닫도록 놔둘 때, 우리는 그 강렬한 힘들을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짓누르던 힘을 잃는다. 우리는 그들을 무덥덤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고통, 두려움, 열망 등으로. 



이 수련으로 나는 내 마음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바라보게 됐다. 

관심받고 인정받고 잘 해내고 싶은 그 마음들은 모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늘 사랑받기를 부정하고 싶은 부모에게서는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뿐 아니었다.  

작은 벌레, 지나가던 개, 숲과 자연, 온 우주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는 것이었다. 

내가 뿌리치고 도망치고 숨어버려고 

끈질기게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 

얼마나 그 마음이 큰지 바라보는 내 마음에 자기연민이 깃들었다. 


나의 마음은 바닥이 없는 커다란 우물같아서, 

사랑을 받아 넣어도 넣어도 채워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편이나 주위사람,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는 친구들, 

제주에서 힘이 되어 주는 이웃들, 멀리서도 항상 예뻐해주는 마음을 보내주는 선후배들, 

그들이 써주는 마음에 늘 고맙지만 되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버거워한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을 우물에 쑥 던져 넣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구에 걸어두곤 더 걸 곳이 없어 동동 거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가보다. 


한참을 내 마음 속의 욕망을 바라보다 보니, 

문득 이 마음이 나에게만 있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받고 싶은 것? 

그건 부끄러운 것이나 스스로 자책할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사랑받고 싶어한다. 

우린 다만 그걸 주로 외면한 채 살아간다. 

나는 나의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만 안달이 났지, 

다른 이들의 이 기본적인 욕구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2

에니어그램 수업 내용의 궁극적인 방향은 

스스로의 감정, 마음을 받아들이기, 인정하기, 수용하기, 

스스로에게 친절하기, 였다. 


이론으로 배울 때면, 이만큼 스스로를 불친절하게 대하면서 

타인에게만 나를 사랑해달라, 요구하고 있었구나,를 느낀다. 

하지만  막상 일상으로 돌아와 그것을 실천하기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늘 마음챙김을 하곤 선생님이 해주었던 조언 중 

다시 생각난 말이 있었다. 

'그런 부모이지만, 그런 부모에게도 사랑받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인정해주기, 그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보다 어렵겠지만,

자꾸 마주하고 물어봐주는 것이 

스스로를 수용하는 첫 걸음일 거다. 


3

다시 책으로 돌아와, 

잭 콘필드는 자신의 마음의 괴로움들과 이렇게 맞닥뜨리고 나면, 

필연적으로 재생의 과정이 펼쳐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재생의 과정일 것이다. 이런 재생의 과정은 결코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 없다. 

늘 깨어있고, 습관대로 자동반응하지 않을 때, 

우리는 재생의 순간이 다가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최근 들은 수업 중 요즘 가장 마음에 자주 새기는 내용이 있다. 

3의 법칙 가슴에서 내리는 의지

사고, 생각이라는 나의 마음

그 사이에 어떤 것을 선택하지 않고 그 자체로 알아차리고 

홀딩하는 것(조화

어떤 것에도 yes/no 둘 중 하나를 택일하지 않는 것, 

이는 정면돌파도 아니고, 회피도 아니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 내는 과정,처럼 

이물질을 참고 견뎌내는 

인내과 인고의 시간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우리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알아차림, 

그래야만 나에게 다가오는 재생의 순간, 그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실제로 Hold를 실천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나의 몰랐던 면모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늘 솔직한 것이 정답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홀드'는 가장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또 한 가지, 

혼자 깨우칠 수도 있지만, 

함께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 알아차릴 수도 있다고.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이곳에서도 

공유하는 알아차림을 나눌 수 있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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