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by 지금


맑고 개운한 상태로, 마음을 짓누르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 내가 글을 끄적거리는 순간은 늘 마음이 지쳐있을 때다. 복숭아 씨 같은 크고 단단한 게 명치에 콱 걸린 거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나, 온 세상 시름은 다 내 거인 양 머리 싸매고 한참을 울어재껴도 시원하지 않을 때. 그럴 때 말이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기록하는 것일까. 내가 글을 쓰는 것으로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건 순전히 나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 벗어날 수 없는 가난, 나에게만 의지하는 가족 그 외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많은 것들로부터 마음을 보살피기 위해서 말이다. 글쓰기를 통해 얼마나 치유 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나는 많이 아프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외로워도 슬퍼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쓰기 그게 도대체 뭐길래.


내가 그간 써 둔 글들은 비록 피폐해진 마음 상태로 써 내려간 아픈 글이었지만 그 글 속에 내가 바라던 건 사랑이나 희망, 자유 같은 것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어둡고 피폐하고 병들었다고 말하지만 내 마음속엔 이미 사랑이나 온기 같은 게 가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나의 마음속 깊게 자리한 아픈 것들을 다 토해내고 나면 그 후엔 홀가분하게 행복한 추억이나 고마운 것들에 대해 마음껏 쓸 수 있을까?

노트북 메모장 파일이나 다이어리에나 적어두던 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기로 한 건 나로선 큰 결심이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마음, 빨리 치유되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다.


운이 좋았던 걸까? 작가 신청에 통과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리면서도 아무도 나에 대해 모르길 바라는 바보 같은 마음과 '근데, 누가 읽어나 줄까?'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걱정하던 마음 같은 건 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사라졌다. 라이킷 그게 뭐라고 연신 울려대는 알림이 사람 마음을 설레게까지 한다. 이곳엔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글쓰기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 거 같다. 그래서 조금 마음이 놓인달까?


오늘도 이런 내 머릿속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것으로 조금은 나아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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