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맛
어릴 적엔 "빨리 일어나서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그 말이 참 귀찮게 느껴졌다. 5분만 더 자고 싶은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 아침밥에 목을 매는지 알 수 없었다.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씻고 있으면 식빵과 계란을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졌다. 밥 먹기 싫다고 떼쓰면 할머니가 그럼 빵이라도 먹고 가라며 만들어주시던 소박한 토스트. 식빵 사이에 들어가는 거라곤 계란프라이 하나였는데도 참 고소하니 맛있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툴툴 거려놓고 토스트 하나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그리 맛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맛있게 먹고 등교 준비를 마치고 나면 꼭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해주시던 할머니. 가끔 내가 아프거나 유난히 학교에 가기 힘들어했던 날에는 손을 잡고 학교까지 데려다주셨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성인이 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왜 그렇게 아침밥을 강조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아이들 밥 한 숟가락 제대로 먹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밥 먹기 싫다며 있는 대로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그럼 토스트라도 해줄까?" 하며 할머니 표 토스트를 만든다. 방금 전까지 울던 아이가 맛있다며 토스트를 먹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아이들 밥을 챙기다보면 할머니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다. 내 몸이 부서지게 아파도 자식들 먹이려 부지런히 움직여 상을 차려내시던 모습, 학교에 가져갈 도시락을 싸주시며 맛있는 반찬 못 싸줘서 미안하다시던 모습, 손녀에게는 맛있는 토스트를 만들어 주시면서 정작 본인은 빵 테두리가 맛있다며 남은 빵을 드시던 모습. 부모가 되고 나니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할머니는 이제 기력을 많이 잃으셨고, 집에서 제대로 된 밥과 요리를 해드신지 오래되었다. 솜씨가 참 좋으셨던 할머니는 이제 만사가 귀찮다며 요리하기를 꺼려하신다. 30g 짜리 컵 누룽지 하나도 다 못드실 때가 허다하다. 어쩌다 한번씩 드시고 싶은 음식이 생겨서 내게 말씀해 주시는 날이면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시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없다는게 못내 서운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할머니와 마주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이 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