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잘하면 된다”는 기준이 무너진 순간

1. 나는 일을 잘하던 사람이었다

by 숲의 선장

나는 다행히도 업계에서는 리딩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 하고 있다. 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나름 업계 최고임을 자부하며 근무 중이다.

처음에는 석사학위를 갖고 연구소로 입사를 해서 3년간 열심히 시험을 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본사에 올라와서는 15명이 한 팀인 팀에서 10년이 넘게 일하고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글로벌 기업과 수시로 미팅을 해야 한다. 시장에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 수집과 가공이 중요하다. 신제품 개발을 기획하면 연구소와 협의하면서 4~5년간 제품의 기능을 만들고 개선하여 차별점을 만든다. 개발이 완료되면 공장과 협의하여 양산준비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개발된 제품은 영업과 마케팅 직원들에게 교육을 한다. 그 이후에는 거래처 또는 최종 소비자에게도 기술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해 외부 세미나도 해야 했다. 판매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그 중심에서 중재자로 때로는 해결자로 나서야 한다.

이것저것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우리 팀업무를 하면서 파악한 핵심 업무는 '소통'이다. 얼마나 적절하게, 때로는 빈번하게, 부드럽게, 신속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내 업무의 전부다.


팀에서 같은 업무를 3년이 지났을 때는 '이제 좀 알겠다'였고, 5년이 지났을 때는 '이제 좀 익숙해졌다'였다. 그 이후는 더 깊게 만들어보고, 더 넓게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다. 8년이 지났을 때는 '전문가'로서 사내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10년이 지났더니 다른 배경지식이 필요한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으면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1년이 막 지나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일을 받았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내 에너지 소모도 적어서 여유도 생겼다.


팀에서 나의 위치를 보자면 중간정도였다. 두 개의 파트가 있는데 내가 있는 PM(Product Manager) 파트는 총 8명이며, 작년(24년) 6월까지는 파트 안에서는 내 위로 4명의 선배가 있었다. 정확하게 허리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의 관심사는 '어떻게 더 멋진 신제품을 개발할까?'와 '잘 만들어진 제품을 홍보해서 대형 제품을 만들까?', '어떻게 소통을 더 잘할까?' 정도였다. 한마디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더 잘하게 할지만 고민했다. 업무는 익숙했고 팀원들과의 관계는 트러블 없이 소소하고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내 삶은, 살랑거리는 잔잔한 바람이 있는 여름날의 맑은 아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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