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잘하면 된다”는 기준이 무너진 순간

2. 갑자기 차석이 되었다

by 숲의 선장

여름엔 태풍이 갑자기 찾아온다.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

24년 7월 1일에 팀장은 담당급으로 발령, 한 명은 팀장으로, 선배 3명이 동시에 다른 팀 팀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팀을 이탈했다.

결원을 메꾸기 위해 연구소에서 2명, 지역마케팅에서 1명, 그 와중에 다른 파트 한 명은 퇴사를 하면서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나머지 인원도 능숙한 지원이 아니다 작년에 총 2명(신입 1명, 경력 1명)이, 2년 전에는 경력이 2명이 왔었다. 능숙한 선배들의 대거 이탈과 신입사원의 유입으로 인해 다른 팀에 비해 유독 업무경력이 많고 안정적이었던 조직이 어느 순간 초보 조직이 되었다.


우리 팀은 회사 전체의 브레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특히 PM들은 팀장이 아닐지언정 다른 팀 팀장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 그만큼 시야가 넓고 경험이 많아야 하는 만큼 업무 능숙도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내 후배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년 이하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즉 익숙하게 하는 일이 없고 모든 걸 가르쳐야 했다. 내 위에 한 명의 선배가 남아있었으나 성향상 조직을 챙기는 쪽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 차석으로의 역할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에게 넘어왔다.

언젠가 리더를 맡겠거니 하고 생각은 해봤지만 정말 한순간 차석이 되었다. 게다가 우리 팀 팀장님은 믿고 의지할만한 선배로 업무는 익숙하지만 이번에 리더가 되었으니 당연히 능숙함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성향상 내향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팀원들을 이끌고 가거나 동기부여를 하거나 이야기를 듣는 활동은 매우 어색해했다. 게다가 성향상(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성향이다) 팀을 관리하는 것도, 팀원과 소통하는 것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업무의 비중이 매우 낮았다. 예를 들어 팀의 공통업무가 떨어져도 일을 분배하고 마감기한 내에 마무리하는 것도, 팀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명확하지는 않았다. 내가 중요하게 봤던 소통의 영역은 외부거래처를 대상으로는 하고 있으나 내부소통은 불편해했다. 팀회의도 2주에 한번, 3주에 한번하더니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도 잘 안 했다. 팀회의에서도 팀원들의 의견을 묻거나 듣고 싶어 하지는 않고 사업부의 회의내용을 공유해 주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갓 차석이 된 내가 볼 때 이런문제가 보였다.

소통도 부족해, 조직 관리는 안되고, 팀의 미션은 없고, 별도의 가이드도 안 하고, 대표님께 받은 과제도 미뤄진 체 진행이 안되었다.

이건 한마디로 동맥경화다.


지켜보다가 도저히 팀의 기능이 마비가 될 것 같은 걱정에 25년 1월에 팀장님을 찾아가서 얘기했다.

"팀장님 팀 내에 떨어지는 모든 공통업무를 저에게 맡겨주시면 제가 조정해서 중간 보고 드린 후 코칭받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

긍정도 부정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걱정, 불안, 초조와 함께 권한도 위임받지 못했다.

내가 뭔가를 나서서 하는 것도 이상하고, 안 하는 것도 이상했다.

팀장님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내가 해야 할 일만 했다.

하지만, 결국 우려하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다. 성향상 마감날이 있다면 미리 다 해놓는다. 가족과의 시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 삶을 위해서 매일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해서 업무를 시간하고 대신 야근은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었다.


당연히 올해에는 야근을 해야 했고, 후배들에게 야근을 시켜야 했고, 주말에 일을 나눠서 시키는 몹쓸 나쁜 선배가 돼야만 했다.


최근 3년간 평화로웠던 나의 회사 생활은 다 틀어졌다. 워라밸도 깨졌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살랑이던 바람은 한순간 너무나도 거대한 태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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