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잘하면 된다”는 기준이 무너진 순간

3. 일이 아니라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숲의 선장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있나요?

이전처럼 하던 일을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가능은 했다. 팀을 포기했다면..

하지만 나는 내가 속한 팀은 언제나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게 당연한 사람으로서 놔둘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차석의 역할을 하게 되자 팀원들 간의 관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저 친절하고, 밝고, 묵묵히 자기 일 잘하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내 일만 하는 사람, 관계가 싫은 사람, 인정받고 싶은 사람,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사람, 대충 하고 싶은 사람, 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부서이동, 이직, 휴직, 퇴직하고 싶은 사람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 걸까?

난 뭘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자리에서 모두를 챙겨야 하는 자리에 오니까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고, 바꿔야 할 것들도 너무도 많았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 잘해오던 거 맞나?'

'잘할 수 있는 건가?'

'모두가 이런 경험을 하는 건가?'

나에게는 권한이 없고, 놔두면 팀은 망한다.


나는 내가 속한 조직이 최상위가 되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작건 크건 그동안 그렇게 만들 오면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어졌다.


자신감이 있던 자리에는 이런 고민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팀장님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 것인가?'

'팀원들을 차석인 내가 직접 면담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나?'

'이직하고 싶어 하는 후배를 잡아야 하나? 잡는 게 맞기나 한가?'

'서로 관계 문제가 생긴 직원들을 풀어줘야 하나? 놔둬야 하나?'

'업무를 모르는 건 내가 다 알려줘야 하나? 아니면 시행착오로 겪게 해야 하나?'

'나 혼자 해야 하나? 나랑 같이 할 사람을 만들어야 하나?'

'내가 이런 모든 걸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될까?'

'내가 이런 걸 다했다 쳐도 잘한 걸까? 팀 내의 문제를 아무도 모르고 당연히 잘하는 줄 아는 건 아닐까?'

'그냥 곪아서 터지게 된 후에 수습하는 게 옳은 방향인 건 아닐까?'


어느 순간 내가 하던 일은 온 데 간데 없이 숨 쉬는 것과 같은 일이 되었고

나의 일은 오직 '사람'에 대한 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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