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오늘 우리가 함께 공부할 시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중 한 분이자 자연 친화적인 시를 많이 쓴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의 <남산에 올라>라는 시입니다. 여러분은 산에 오르면 어떤 기분과 몸과 마음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지요? 여기 그의 시를 함께 살펴 보며 생각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晩來微雨灑長林(만래미우쇄장림) 저물녘 깊은 숲엔 이슬비 내려
紅白參差間綠陰(홍백참치간녹음) 푸른 숲 붉고 하얀 꽃들 섞여 있네
試策孤笻跨絶壑(시책고공과절학) 지팡이 짚고 나가 골짝에 걸터앉고
更憑虛檻眺遙岑(갱빙허함조요잠) 빈 난간에 기대어 산자락 바라보니
乍聞幽鳥能新語(사문유조능신어) 이따금 숲속 새의 산뜻한 소리 들려오고
時有淸風忽滿襟(시유청풍홀만금) 때때로 맑은 바람 옷깃 가득 불어오네
觀物自然忘物累(관물자연망물루) 자연을 보노라면 절로 물욕 잊게 되나니
古人於此見天心(고인어차견천심) 옛사람은 여기서 하늘마음 보았으리
- <오랫동안 날이 가물다 단비 내린 뒤 초목 우거져 남산에 올라 멀리 바라보며 느낀 점을 읊다[구한득우초목창무쇄연유회등남산망원(久旱得愚草木暢茂洒然有懷登南山望遠)]>
이 시는 신흠이 오랫동안 날이 가물다가 비가 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산에 올라 쓴 시입니다. 한 편의 시이지만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산림 속의 ‘붉고 하얀 꽃’, ‘비 맞은 푸른 나뭇잎과 풀’, ‘골짜기’, 비 온 뒤의 구름이 산자락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한 점의 풍경화를 생각나게 하지 않나요? 이따금 들려오는 ‘새의 산뜻한 소리’와 ‘선선한 바람’ 등 오감이 총동원되어 세상의 근심을 잊은 듯 보이지 않는지요? 여기서 인간의 욕심은 낄 자리가 없게 되고 순수하게 옛사람의 자연과 하늘을 닮고자 하는 마음만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자주 자연을 자주 접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의 제목에 나와 있는 망원(望遠)은 ‘멀리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멀리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 때린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과 세상에 대한 근심 걱정을 잊게 된다고 말합니다. 시인이 말하는 ‘하늘마음’은 또 무엇일까요?
우리가 기계나 도구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 기심(機心 : 기교를 부리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우주 자연의 질서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기심은 전혀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사물의 소박함을 보고 인위적 힘을 가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통나무를 껴안으며 사사로운 욕심과 이기심을 적게 가져라[見素抱樸, 少私寡欲(견소포박 소사과욕)]”고 하며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빚어진 문명의 폐단을 꼬집었습니다.
‘하늘마음’이란 것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 상태의 통나무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요?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잘라 편의와 욕심을 채우는 삶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 자연을 본받고 하늘마음을 본받는 삶의 자세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가까이에 두고 눈앞의 일들에 아등바등하며 자세히 들여다 보는[세근(細近)] 것보다 자신의 일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서 자연을 거닐며 우주 속에서 나의 사명과 운명에 대해 멀리 바라볼 줄 아는[망원(望遠)] 삶의 지혜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이자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우리가 자연을 경외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어렵다. 자연과 하늘처럼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우리 자체가 자연이 되어야 그것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아껴줄 수 있을 것이다.
·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삶을 산다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도 나로 인해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옛사람의 자연과 하늘을 닮고자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나도 이들처럼 자연을, 하늘을 닮고자 하는 그 마음을 닮고 싶다.
·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자연이 어떤 것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닌데도 스스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우리도 자연처럼 스스로 발전해 나가며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자연은 욕심이 없고 다양한 생명들을 살 수 있게 해주므로 자연을 닮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는 자연이 주는 ‘벌’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언제부터 자연에게 아픔을 줬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아픔을 주고 있으니 우리도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비오는 날에 산에 올라가서 오두막집에 쉬면서 새와 경치를 구경하고 바람의 촉감을 느끼며 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자연처럼 나 이외의 생명들을 너그럽게 대할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하늘 닮은 따뜻한 마음씨를 지녀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우리가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우리가 자연과 하늘을 닮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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