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늦은 오후의 햇살을 앞뒤로 받으며 마산 해안 주변 플러깅 활동을 아들, 마산 원불교 식구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플러깅은 잘 아시다시피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합니다. 이 활동은 ‘경남을 살립시데이’라는 구호 아래 환경캠페인의 일환으로 2시간 가량 진행이 되었습니다. 플러깅 활동 시작 전 주최하시는 담당자분께서 나무는 수십 년을 자라야 종이를 만들 수 있는 반면 대나무는 생장 속도가 빨라서 90일이면 25센치미터 정도 자라서 좀 더 친환경적으로 종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플러깅 참석 기념으로 대나무로 만든 두루마리 휴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삼보일배의 마음으로 해안가 주변 산책로와 도로변을 허리를 숙이고 땅바닥과 풀에 절을 드리며 쓰레기를 1시간 남짓 주었습니다. 쓰레기의 종류는 음료수 플라스틱병, 깨진 유리 조각, 쓰레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꽁초들, 평소 별생각이나 별다른 의식, 깨어있음 없이 쓰레기를 버리던 손이 부끄러웠고 누가 치워주기 전까지 오물과 딤배꽁초를 껴안고 있던 풀꽃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한없이 미안하고 민망하였습니다
우리는 늘 하루하루를 걱정과 준비 속에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헐레벌떡 세수하고 아침밥은 챙겨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를 나서게 됩니다. 오늘 학교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방과 후에 학원을 가면 어떤 수업을 하게 될는지 학원 수업이 끝난 후에는 뭘 할지 독서실에 갈지 아니면 집에서 공부해야지 하다가 이내 집에 와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거나 게임을 한 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다 잠이 들게 되곤 합니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생각과 삶의 연속입니다. 이렇듯 우리 10대들은 하루일과만 소화하기에도 숨통이 막힐 지경입니다.
옛 선현들은 하루아침의 걱정거리가 아닌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갈 걱정거리를 가슴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오늘은 그 대표적인 분으로 뛰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하여 읽고 있던 책을 불사르고 평생 지조를 지키며 유랑생활을 한 ‘길 위의 시인’ 김시습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그의 평생의 고민은 <북명>이라는 좌우명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전체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水一瓢食一簞(수일표사일단) 한 쪽박의 물과 대그릇의 밥일망정
切勿素餐(절물소찬) 공밥은 먹지 말고
受一飯使一力(수일반사일력)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사람 몫을 하되
須知義適(수지의적) 의리에 맞는지 알아야 하리
無一朝之患(무일조지환) 하루아침의 근심이 아니라
而憂終身之憂(이우종신지우) 평생의 근심을 걱정하고
有不病之癯(유불병지구) 여윔을 걱정말고
而樂不改之樂(이락불개지락) 뜻 바꾸지 않는 즐거움을 즐겨야 하리
밥 한 그릇을 먹더라도 한 사람만큼의 몫을 하고 밥을 먹으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 일정한 벼슬과 거처가 없고 때로는 출가하였다가 환속하기를 반복했던 사람으로서 늘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져가며 공밥을 먹게 되는 처지였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세조의 부름에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은 생육신(生六臣)으로서 비록 몸이 수척해지고 병들어 굶어 죽을지언정 하루의 거처와 끼니를 걱정하지 않으며 한평생 지조를 지키는 일을 즐거움으로 삼던 그의 날 선 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0대들의 하루 아침의 근심은 대체로 수신(修身)인 학업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고 평생의 근심은 어떻게 하면 나와 남,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 소위 물질적·경제적 부를 이룬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닌 정신적 풍요와 부가 넘치는 사회를 그리고 있어 우리 10대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삶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