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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67일

by 은은

心苟能閒(심구능한) 진실로 그 마음이 한가할진댄

通衢大道之中(통구대도지중) 사방으로 통하는 대로변이나 떠들썩한 시장통 속에서도

亦有閒(역유한) 한가함을 누릴 수 있는 법이니

何必江湖爲(하필강호위) 어찌 반드시 인적 없는 깊은 산중이나

山林爲(산림위) 고즈넉한 맑은 물가에서만 한가함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 이덕무(1741~1793), <한가함에 대하여[원한(原閒)]>


어제 교육원 아이들과 순천만 드라마 세트장과 순천만 습지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입동을 하루 앞둔 날이라 그런지 아침은 춥고 쌀쌀하였지만 낮에는 활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순천 드라마 세트장은 합천 영상테마파크와 소재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옛날 60-70년대를 재현한 달동네였습니다. 연탄과 검정고무신, 평상, 좁은 골목, 재래식 변소 등은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장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세트장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다음 회복교육 장소인 순천만 습지로 이동하였습니다. 순천만 습지는 세계적인 생태 보존구역으로서 넓은 들판과 습지 자체가 탁트인 느낌을 안겨주며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천만 습지를 배로 왕복하는 생태체험선에 몸을 싣었습니다.


배를 타고 가며 풍광은 오리가 날고 물고기가 뜀뛰는 압비어략(鴨飛魚躍)과 자유로움 그 자제였습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리들의 반짝 군무와 양 옆에 늘어선 갈대는 자연의 극치이자 멋진 장관을 연출하였습니다. 햇빛에 반사되어 불꽃놀이를 하듯 은하수가 춤을 추듯 하는 물결의 잔망(殘芒:여러 빛깔)과 일렁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체험이었습니다. 갯벌 속 살아숨쉬는 망둥어와 도둑 게, 흰뺨검둥오리(겨울철새), 흑두루미 기러기등에게는 이곳이 그들의 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인위를 가하지 않으면 자연은 절로 번성함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리, 왜가리, 기러기 등의 날짐승과 습지와 갈대, 망둥어, 도둑 게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조화를 이뤄가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이덕무 선생님의 <한가함에 대해 밝히다[원한(原閑)]>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가함은 무엇인지요? 주변의 시끄러움과 관계없이 편안함을 유지하거나 자신의 일에 몰입해 본 경험이 있는지요?


우리는 주말이 되면 야외 공원이나 인근 경치 좋은 곳으로 경쟁적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가다 보면 차가 막히게 되고 경치가 빼어나 휴식하기 좋은 곳들에 막상 가보면 오히려 사람이 넘쳐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지요. 이럴 때면 휴식하러 간 게 아니라 피로를 더 쌓고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빛 공해, 소음 공해, 사람으로 넘쳐나는 도시 생활에서 내 마음의 한가함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요한 새벽 시간이나 한밤중을 즐겨 쓸 것을 권합니다. 이 시간을 활용해서 좋아하는 운동이나 음악감상, 책 읽기, 명상 등을 해보면 어떨까요? 자신의 일에 몰두하여 최선을 다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보는 시간을 늘려나간다면 나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정신적 여유와 풍요로움을 기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산책이나 텃밭 가꾸기도 추천합니다. 산책을 하게 되면 우선 자연과 우리가 무심코 지나는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천천히 걷는 행위를 통해 학교 일, 집안일, 친구 관계, 살면서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 공부 문제 등 현재의 고민거리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동서양의 여러 선각자와 지식인들이 산책을 애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텃밭을 가꾸면 어떤 이로운 점이 있을까요? 우선 텃밭을 가꾸려면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자기가 기를 씨앗을 종묘상에 가서 직접 구하고 이것을 심을 화분이나 텃밭 상자 등을 직접 구해야 하지요. 집에 따로 딸린 텃밭이나 마당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씨앗에서 싹이 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물을 주며 생명을 다루는 마음 자세와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밥을 먹듯 식물은 물과 흙, 햇볕, 바람과 공기가 필요함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듯 식물이 병충해로 시름시름 앓고 있을 때 거름을 더 준다던지 수액을 넣어주면서 아픔을 함께 하고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식물이 꽃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통해 시련을 이겨내는 힘과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놀라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가 찾는 한가함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여기 일상에서 찾을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텃밭 가꾸기, 걷기, 음악감상, 악기 연주, 독서 활동, 마음이 맞는 친구와의 정겨운 대화, 외국어 하나쯤 배우기, 명상, 좋아하는 운동 하나쯤 해보기, 전시회 찾아가기 등을 통해서 삶의 여백을 찾고 몸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보는 일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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