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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r 03.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97일


 一步二步三步立(일보이보삼보립) 일보 이보 삼보 걷다 보니

 山青石白間間(산청석백간간) 푸른 산 흰 바위 사이사이 꽃이로네

 若使畫工模此景(약사화공모차경) 화공 불러 이 경치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기어림화조성) 저 숲속 새소리는 어찌할지 궁금하네

- 김병연(金炳淵, 1807~1863) <풍경을 그리며[賞景(상경)]>

   

 내일이면 절기상으로 개구리가 봄소식에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신년과 음력 설이 지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사분지 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올 한 해의 계획을 돌아보며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오늘은 양력으로 삼월 삼일입니다. 삼월 삼일 하니 생각나는 우리네 세시 풍속으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전해지는 삼짇날이 생각납니다. 음력으로 33일입니다.‘답청절(踏靑節)’,‘삼월삼질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상사(上巳, 정월의 첫 뱀날원사(元巳중삼(重三), 또는 상제(上除)라고도 합니다. 답청절은(踏青節)은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합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올해 삼월 삼짇날은 국회의원선거일 다음날인 411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과 궤를 같이하여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 진해는 3월 말과 4월 초에 군항제(軍港祭,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한 제례 의식)를 개최합니다. 이때가 되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벚꽃을 즐기고자 전국의 상춘객(賞春客)들이 몰려들어 모처럼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곤 합니다. 각 지자체 별로 봄을 즐기고자 하는 나그네들을 모시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얘기를 나눌 한시는 조선 후기 길 위의 시인으로 속칭김삿갓’,‘김립(金笠)로도 잘 알려진 김병연의 <풍경을 그리며[賞景(상경)]입니다.    

 

  길 위의 나그네가 봄을 즐기고자 한 걸음 한 걸음 대지에 입 맞추듯 정성껏 산길을 걷습니다. 세 걸음에 절을 하듯 자연이 빚어놓은 풍광을 감탄하며 둘러봅니다. 푸른 산, 흰 바위, 산새, 계곡물 소리는 몸과 마음의 번뇌를 깨끗이 씻어줍니다. 잠시 쉬어가고자 바위에 앉아 청명한 하늘도 올려다보고 흘러가는 계곡물을 바라보다 바위 틈에 핀 야생화를 발견합니다.


 ‘멈춤과 쉼’, 그리고 내면의 결핍은 겸손과 하심(下心)을 불러 일으켜세우고 생에의 의지와 기적으로도 연결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고개 들어 바라보니 버드나무 가지 위에 앉은 산새가 길손을 반깁니다. ‘숲속의 새소리내 마음이 빚어낸 소리이기도 합니다. 풍경은 손과 눈, 때로는 발로 그려낼 수 있다지만 세상의 경계에 쉬이 휘둘리는 내 마음의 소리는 어찌 그려내면 좋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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