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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자에게

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by 은은



靜居觀物理(정거관물리) 고요히 사물의 이치를 살피면

煩心自滌浣(번심자척완) 머릿속 복잡한 생각 절로 씻겨 나가네

群生共宇內(군생공우내) 우주 속에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

萬品歸一算(만품귀일산) 만물은 하나의 지혜로 모이나니

登高與居下(등고여거하) 높은 곳에 오르든 낮은 곳으로 내려오든

未可較長短(미가교장단) 잘나고 못나고는 따질 수가 없네

瓦礫各有適(와력각유적) 기왓장도 조약돌도 각기 쓸모가 있으니

-장유(張維, 1587-1638), <우중기기암자(雨中奇畸庵子)>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와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살아갑니다. 10대들은 학교 및 학원에 부모님은 직장에 얽매여 정작 고요히 자신과 사물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을 내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장유가 절친한 벗인 기암(畸庵) 정홍명(鄭弘溟, 1582~1650)에게 보낸 시입니다. 새벽 시간, 하루 일과 중이나 일과 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명상을 통해 복잡다단한 생각들은 과감히 흘려보내고 우주 대자연 속에 본래 빛나고 있는 나 자신과 사물의 참모습을 호흡하고 성찰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깊은 우주적 사유와 생태적 삶을 돌아봄을 일상화하게 되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게 되고 사물 각자의 쓰임새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깨달아가게 됩니다.


호흡하고 성찰하며 우주 대자연의 일원으로서 욕심내지 말고 자신과 만물에 부끄럽지 않은 자연 친화적, 생태적, 자족적인 삶을 함께 살아가자고 벗에게 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와 지구별에 살아가는 여러 생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유는 “우주 속에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만물은 하나의 지혜로 모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물은 왜 하나의 지혜로 모인다고 말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친절(親切)의 의미에 대해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친절은 사전적 의미는 ‘친하고 정성스럽다’입니다. 누구에게 친하고 정성스러워야 할까요? 나와 가까운 사람, 나의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에게만 그래야 할까요? 친절은 나 아닌 타자(무생물, 자연, 동식물, 인간, 지구공동체, 우주 등)에 대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같은 감각과 감정, 인식을 느끼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크게 말하면 우주 대자연과 나는 같은 부류라는 동류(同類) 의식을 말합니다.


인도 출신의 녹색 환경운동가이며 평화운동가인 사티시 쿠마르는 그의 저서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You Are Therefore I am)》에서 자연과 나는 하나이며 서로가 생태계의 그물망 중의 하나라는 만물 동류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연기설(緣起說)이라고 하여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는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을 훼손하면 곧 나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그 대가를 우리가 지금 몸소 체험하고 있지 않는가요? 기왓장과 조약돌도 각기 쓸모가 있듯 우리가 지구 생명체를 존중하며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야 할까요?


10대 생각


· 서로에게 배려와 귀를 기울여가면서 소통하려 애쓰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서로 욕심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 기왓장과 조약돌의 쓰임새를 찾는 것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쓸모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꿈을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도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전시키면 나의 쓸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에서 나는 아주 작지만 그 쓸모는 크도록 많은 일을 해내고 싶다.


· 나의 쓸모는 자기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남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구공동체 속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나, 가족, 친구, 사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그들과 살아가면서 피해를 주지 않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주의 깊은 행동을 해야 한다.


· 삶의 틈에서 오는 여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일과를 전부 마치고, 늦게서야 찾아오는 피로감에 짧게나마 있는 시간조차도 유용하게 쓰기는커녕 아무것도 못 하고 넘길 때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을 읽고 시간이 나면 나는 대로 이것저것 생각을 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선으로 시간을 쓰며 나와 주변 사물, 그리고 생명에 대해서 차츰차츰 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긍정적인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 조약돌도 쓸모가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무엇이든 쓸모가 있으니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장유가 멋있고 사물의 본 모습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그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항상 더 좋고 밝은 생각과 삶의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과 나의 일에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자족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만물은 모두 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가 더 좋은 것만을 원해 다른 것은 쓸모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시 돌아보면 그 하나하나가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배려하는 마음을, 사물에게는 아끼는 마음을, 동식물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을 나눠주면 지구공동체와 더불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세상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언젠가는 쓸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똥도 거름으로 쓰이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도 깎아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은 꼭 쓰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기왓장도 조약돌도 나름의 쓸모가 있습니다. 우주 대자연 속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요?

2. 지구공동체 속에서 여러 생명, 사물들과 함께 잘 살아가려면 나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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