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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함과 고귀함

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by 은은



鍾鼎豈必貴(종정기필귀) 관직이 높으면 고귀한 걸까

簞瓢豈必貧(단표기필빈) 거친 음식 먹으면 가난한 걸까

貧者身自逸(빈자신자일) 가난한 사람은 몸이 편하고

貴者心長勤(귀자심장근) 고귀한 사람은 맘 수고롭네

從知五侯鯖(종지오후청) 이리저리 아부해 좋은 음식 얻어낸들

不及負暄人(불급부훤인) 따뜻한 햇볕 쬐는 행복만 못한 법이네

-신흠(申欽, 1566~1628), <회고전사(懷古田舍)> 중 제2수



종정(鍾鼎)은 국가 의식에 쓰이는 종과 발이 셋 달리고 귀가 둘 달린 향로같은 제기를 말합니다. 둘 다 국가의 제사와 행사에 쓰인 도구이며 여기에 참석하려면 국가에서 높은 직책을 맡아야 하지요. 나랏일을 하며 귀한 음식을 먹어야만 자신이 높아지고 귀하게 되는 걸까요?


소박하나마 손수 텃밭을 가꾸어 그 자리에서 난 상추, 고추, 오이, 감자, 고구마를 수확하여 가족과 이웃, 친구들과 손수 나물에 비벼 먹거나 감자, 고구마를 삶아 먹는 즐거움이 더 클까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과 역할, 삶에 대한 압력도 커지게 되겠지요. 경제적 부와 높은 지위를 추구할수록 우리네 삶은 점점 급해지고 자신과 주위 사람들, 자연, 작은 생명들, 나무, 바위, 숲, 새소리, 계곡 소리를 접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겠지요.


어떤 삶을 택하든 여러분의 자유이지만 자연을 마주한 소박한 밥상, 생명에 대한 감사야말로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선조들은 청빈(淸貧:맑음과 가난함)과 겸손을 최고 가치로 여기며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서도 마음의 맑음과 가난함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짊어지고 가는 임금 또한 흉년이나 전염병이 돌면 세금을 줄여주거나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등 백성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조화로운 삶》이라는 자서전적 에세이로 유명한 미국의 헬렌 니어링(1904~1995)과 스콧 니어링(1883~1983) 부부는 함께 먹고사는 데서 적어도 절반 이상은 자급자족한다는 점, 돈을 모으지 않다는 점, 동물을 키우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 것, 지구 생명공동체와의 ‘조화로운 삶’의 원칙을 평생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며 귀농과 자급자족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삶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밑의 땅을 느껴라

농장 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아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으라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가난함과 고귀함은 물질과 돈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이 아닌 마음이 맑고 순수하며 여유와 겸손을 알며 자연과 이웃을 배려하고 절제하며 삼갈 줄 아는, 삶을 사랑하는 삶의 자세에 달려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관직이 높다고 무조건 고귀하지 않고 거친 음식을 먹는 모두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해야겠다. 그리고 지구 생태계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겠다.


·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어쩌면 높은 지위를 가지고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직업의 수익보다 그것으로 인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 감사하다.


· 우리가 숨 쉴 수 있고 살 수 있게 해주며 마실 수 있게 해준 지구 생명공동체에 대해 감사히 여기면서 살아야 한다.


· 내가 생각하는 소박한 삶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배풀며 사는 것이며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삶이다.


·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없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 내가 손수 기른 나물과 과일을 수확해서 먹는 일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 자연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하고 다른 사람이 있어야 내가 있으며 물이 있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서로가 서로를 돕는 삶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 물질적인 것보다 눈에 보지는 않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고 느꼈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생각하는 소박하고 가난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2. 우리가 주변 사람, 자연, 지구, 물, 나무, 동식물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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