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의 무게

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by 은은


이번 시간에는 선현들의 농(農)에 관한 인식을 잘 알 수 있는 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一粒一粒安可輕(일립일립불가경) 한 톨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기랴

係人生死與富貧(계인생사여부빈)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는데

我敬農夫如敬佛(아경농부여경불) 나는 농부를 부처님처럼 존경하나니

佛猶難活已飢人(불유난활이기인) 부처님도 굶주린 사람은 살리기 어렵다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햅쌀의 노래[신곡행(新穀行)]>



고려 중기의 문인인 이규보는 ‘햅쌀의 노래’에서 쌀 한 톨의 가치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먹거리가 넘쳐나고 원하는 것은 수입할 수 있는 시대에 십 원짜리 동전처럼 쌀 한 톨은 쉽게 쓰고 내다 버릴 수 있는 하찮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규보는 쌀 한 톨 한 톨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서는 햇볕, 비와 바람, 흙, 그 속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작용과 곡식을 자식같이 돌보는 농부의 피와 땀, 수고 어린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3,000알~4,000알의 쌀알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벼 세 포기에서 나오는 낟알의 수입니다. 여기에는 투구새우 4마리, 올챙이 35마리, 풍년새우 11마리, 깔따구 168마리가 밥 한 그릇과 공존하는 개체들입니다. 벼 세 포기가 자라는 데는 0.15제곱 미터의 논의 면적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생물군들이 생태적 다양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김선미, 『살림의 밥상』, 55~57쪽에서 재인용 )


오늘날 농촌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4%에 불과하며 생명의 젖줄인 농업의 위기 즉, 삼농(농업, 농촌, 농민)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값싼 수입품과 높아진 인건비, 농민 인구의 고령화, 정부 정책의 미비로 인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은커녕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귀농과 귀촌을 하고 지역 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소수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농업에 대한 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농업을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농민을 국가공무원으로 처우를 격상시키려는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 합의의 과정이 필요합니다.(강수돌,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녹색평론』 156호, 18쪽.) 얼마 전 경기도에서는 전국지자체 최초로 농민에게 먼저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백종수 기자, “농민기본소득, 꼭 필요한 정책... 공감대 형성 노력할 것”(농업인 신문. 2020.10.12.) 생명을 살리는 일과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는 생명 예술가인 농민부터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하자는 공론에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둘째, 논 생명, 씨앗을 비롯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홍보와 교육, 자급과 자치, 도시와 농촌에서 텃밭 가꾸기, 도농 직거래와 같은 참여와 체험의 공감대가 선행될 때 농촌의 공동화(空洞化)는 공동화(共同化)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쌀 한 톨의 무게는 고작 0.02g밖에 나가지 않지만 그 가치는 경제적 논리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농부는 의사, 소방관처럼 사람의 생명을 살릴 뿐만 아니라 흙, 미생물, 잡초, 풀, 비바람, 햇빛 등을 망라한 자연계와 삼라만상을 다루고 공경하는 ‘보살’입니다. 그러니 뭇 생명을 살리며 온 우주의 생명 에너지가 담긴 쌀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지요?


쌀 한 톨의 무게는 하늘과 자연,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몇 해 전 TV 프로그램 「공감(共感)」에서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농사 현장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농부들이 배추를 돌보고 수확하는 광경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중 한 장면이 저의 시심(詩心)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배추는 녹색 장미

밝은 햇살 아래

어린아이마냥

활짝 웃고 있네

나도 모르게

덩달아 미소짓네


이 시가 뜨거운 뙤약볕 아래 노동하며 소중한 땀방울을 훔치는 농부들의 노고와 정성 어린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우리 10대들은 이 시를 읽고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10대 생각


·작은 것도 소중히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급식을 먹다 보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음식들이 더 많아서 지구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느꼈다. 요즘 먹거리가 풍부하니 먹거리의 소중함을 잘 몰라 음식 쓰레기가 쌓여만 가는 것 같아 지구에게 미안하다.


·여태껏 쌀 한 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 시를 읽고 쌀을 수확하는 농부들이 어쩌면 부처님보다도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밥을 먹다 보면 밥을 남기게 될 때도 있고 다 먹을 때도 있다. 밥을 남길 때마다 농부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 농부들이 벼 세 포기를 만들 동안 나는 그것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너무 많이 남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쌀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니 그것을 지구처럼 소중히 대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농부가 밭에서 자연에서 일하면서 식물과 곡식을 키우는 일 자체가 삶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이 자그마한 쌀 한 톨이 얼마나 소중하고 농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우리가 잘 먹고 잘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밤 8시에 지구의 날 소등 행사를 할 텐데 작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지구의 날을 되새겼으면 한다.


·쌀 한 톨의 무게는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흔하게 느껴지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것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쌀 한 톨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는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 소중한 것에 감사하며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들이 농사를 지음으로써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해주기에 농부를 자연과 삶의 예술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벼를 키워야 한다. 벼는 우리 지구를 지켜주는 일을 한다. 공기를 맑게 해줄 수도 있고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열심히 벼를 키우시는 정성과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구와 농부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수고와 정성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배고픔 없이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농민들에게 감사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농민들도 농사짓기 어려우실 텐데 우리가 굶주림 없이 살 수 있게 쌀 한 톨 한 톨을 소중히 다루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생하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밥심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쌀 한 톨의 무게는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2.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먼저 시행하자는 정책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3. 농부를 하늘과 땅, 자연을 잇는 삶의 예술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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