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농사를 노래하다
好雨時能至(호우시능지) 단비는 제때에 잘도 내리는데
幽人夜不眠(유인야불면) 은거하는 이 밤새 잠 못 이루네
畝鍾膏土脈(무종호토맥) 토양이 기름진 몇 이랑의 싹들이요
薪桂濕廚煙(신주습주연) 부엌 연기 축축한 계수나무 장작이라
燕壘低初補(연루저초보) 제비집은 축 늘어져서 이제 막 보수하고
花房重倒懸(화방중도현) 꽃잎은 무게를 못 이겨 거꾸로 매달렸네
爲農豈難事(위농기난사) 돌아가 농사짓는 것이 무엇이 어렵기에
吾又負今年(오우부금년) 나는 올해도 약속을 다시 저버리는가
-가정(稼亭) 이곡(李穀,1298~1351) <춘우(春雨)>
가정 이곡은 고려 말기의 학자입니다. 가정은 그의 호입니다. 충숙왕 복위 2년(1333)에 원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한 후, 원제(元帝)에게 건의하여 고려에서의 처녀 징발을 중지시켰습니다. 충렬·충선·충숙왕의 실록 편찬에 참여하였으며, 죽부인을 의인화한 가전체 작품 <죽부인전(竹夫人傳>이 ≪동문선(東文選)≫에 전하며 저서로는 ≪가정집(稼亭集)≫이 있습니다. 이름이 곡식 곡(穀), 호 또한 심다, 일하다, 곡식의 뜻을 지닌 ‘稼(가)’란 글자를 쓴 데서 알 수 있듯 그가 얼마나 농사를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은 무슨 근심이 있길래 농사지으며 마음 편히 살기 위해 귀향했으나 쉽사리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개경을 떠나오면서 정리하지 못했던 일들과 관계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제비집 보수, 집수리, 연못 파기, 나무와 꽃 심기, 정자 짓기 등 집주변을 정리하느라 차마 논밭에 씨앗을 뿌리지 못한 것일까요?
요즘 20, 30대 사이에서는 조기퇴직이라 불리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현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이어(FIRE)는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t)와 조기은퇴(Retire Early)의 줄임말입니다. 살면서 중요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요. 빠른 시간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바람과 휴식과 여가의 중요성이 사회의 문화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이러한 풍속을 부채질하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귀농과 귀촌 또한 마찬가지이겠지요. 답답한 도시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땅에 나만의 정원과 마음 맞는 벗, 아내나 남편, 자녀를 두고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삶과 정신적 여유를 찾아 나서는 일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발전 속도와 그 흐름이 빠른 성장과 효율, 그리고 성과만을 중시하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어 씁쓸한 면이 없질 않습니다.
우리가 되찾고 회복해야 하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시대의 선지식이자 큰 어른인 법정 스님은 《일기일회(一期一會)》에서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시인은 장혼(張混, 1759~1828)의 ‘맑은 복 여덟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태평 시대에 태어난 것. 자신이 태어난 시대가 전쟁이 없고 아주 태평한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때가 문예부흥기라 할 수 있는 영·정조 시대입니다.
둘째, 서울에 사는 것. 요즘의 250년 전 서울은 도성으로서 지금처럼 교통도 복잡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살기가 좋았습니다.
셋째, 자신이 다행히 선비라는 신분을 가진 것.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넷째, 문자를 대충 이해하는 것. 그는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산수가 아름다운 곳 하나를 차지한 것.
여섯째, 꽃과 나무 천여 그루를 가진 것. 직접 심고 가꾸는 꽃과 나무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던 듯합니다.
일곱째, 마음에 맞는 벋을 얻은 것. 이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마음에 맞는 벗은 매우 든든한 인생의 자산입니다.
여덟째, 좋은 책을 지니고 있는 것.
봄비 내리는 날 여러분이 생각은 맑은 복을 지금부터라도 몇 가지 정해두고 실천해나간다면 삶이 좀 더 풍성해지고 내면의 만족감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후 온난화와 식량 위기의 시대에 집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고 채소나 농작물을 작게나마 가꿀 수 있는 땅과 정성이 필요해 보이는 요즘입니다.
10대 생각
· 지금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지금 나와 가까이 있는 자연들부터 차근차근 지키고, 또 자연이 사라지지 않게 캠페인이나 식물 가꾸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참여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농사짓는 일이 쉽지 않은데도 농부들이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은 농부들과 자연이 힘들게 키운 것이니 맛있게 먹어야겠다.
· 농사를 지으며 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준다는 점을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
·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고 쉴 수 있으며 먹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의 덕분이다. 제비집 수리, 식물 가꾸기, 나무 심기 등 작은 활동을 통해 생명돌봄과 자연을 지키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생명돌봄 활동을 하면 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고 이들이 우리와 조화와 균형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씨앗을 심고 식물을 키우고 싶다. 이들을 키우면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 생명 돌봄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생명을 존중하려는 마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 시골이나 도시 가까운 곳에 텃밭이 딸린 별장을 마련하게 된다면 나는 텃밭에 내가 좋아하는 각종 채소나 과일들을 심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접 수확해서 먹으면 마음이 뿌듯할 것 같기 때문이다.
· 생명 돌봄은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다. 인간이 망쳐 놓은 자연을 다시 재정비하는 것이 살 곳을 잃은 제비나 황폐해져만 가는 숲을 지키는 일이 되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제비집 수리, 식물 가꾸기, 나무 심기 등 생명 돌봄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여러분은 시골이나 도시 가까운 곳에 텃밭이 딸린 별장을 마련하게 된다면 어떤 일부터 먼저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